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을 방침이다. 해임건의안이 법적 구속력 없는 ‘건의’에 지나지 않는 만큼 무대응도 사실상 거부와 마찬가지라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다.
12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서울경제에 “오늘이든 내일이든 해임건의안에 대해 (윤 대통령의) 입장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이 이날 인사혁신처로부터 이 장관 해임건의문을 건네받는 대로 불수용 의사를 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왔지만 지금으로선 윤 대통령이 거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올 9월 더불어민주당이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단독 의결했을 때 바로 다음 날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시 대통령실은 “국회의 (박 장관) 해임 건의문이 대통령실에 통지됐다. 윤 대통령은 해임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알렸다. 야당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 담긴 대통령실 익명 관계자 인터뷰들이 빈번하게 알려지기도 했었다. 반면 이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 현재 대통령실은 “입장이 없다”며 최대한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침묵 모드는 여야 간 대치가 심각해진 상황을 고려한 대응으로 보인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이미 법정기한(12월 2일)을 넘겼고 데드라인으로 정한 15일까지도 합의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박 장관 때 보다 여야 대치 상황이 너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해임건의안은) 민주당이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한 것인데 우리가 입장을 내는 게 의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헌법 제 63조에 따르면 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장관)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1이 발의하고,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가결된다. 해임안은 1987년 개헌 이후 법적 구속력이 사라지고 ‘건의’ 형태가 됐다. 대통령이 ‘거부권’이라는 행정 절차를 밟지 않아도 해임 건의를 무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이 장관은 전날 열린 비공개 고위당정협의회에 관계장관 자격으로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이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한 거부 의사가 간접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회의에서는 야당이 이 장관 해임건의안 의결을 강행한 데 대한 후속 대응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함께 참석했던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 해임건의안 문제에 대해 어떤 의견이 오갔느냐는 질문에 “(회의를)비공개 했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