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최근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 “법인세를 내리면 기업 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대부분 동의하는 내용”이라면서 “법인세 인하를 초부자 감세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법인세 인하 효과가 어느 정도로 나타나느냐는 계량 방법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겠지만 법인세를 내려 도리어 투자가 위축된다는 주장은 기본적으로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초부자 감세’ 프레임을 앞세워 “법인세를 깎아준다고 해도 기업의 유보금만 늘어날 뿐 투자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논리로 반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3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이 부담하는 세금을 깎아주자? 왜 그래야 하느냐”면서 확고한 반대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조 원장의 이날 발언은 이 같은 야당의 반대에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한 셈이다.
조 원장은 이어 “최근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 KDI 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법인세를 감면했을 때 혜택이 어느 한두 사람의 부자에게 집중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율은 4.8%로 38개 회원국 중 6위였다. 우리나라보다 법인세 비중이 높은 국가는 룩셈부르크(5.9%), 노르웨이(5.9%), 칠레(4.9%), 호주(4.7%), 콜롬비아(4.7%) 등으로 대부분 제조업 국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 제조업 기반 국가 중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인 셈이다.
내년 경기 전망에 대해 조 원장은 현재의 금융시장 혼란은 내년 하반기 이후 차츰 안정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세계 경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원인에 구조적보다는 순환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어 통화정책과 관련해 벌어지는 금융시장 혼란이 한없이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 기간을 알 수 없지만 현 상황이 2~4년씩 이어지기보다는 내년에 큰 돌발 변수가 없다면 2024년부터는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의 방역 완화 정책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최근 우리나라 수출 부진의 큰 물줄기를 바꾸는 ‘한 방’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다. 그는 “중국의 방역 완화 이후 대중 수출이 단기적으로 좋아지면서 숨통이 좀 트일 수는 있겠지만 글로벌 경기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내려가는 추세여서 우리 수출의 둔화 트렌드가 한 번에 역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 원장은 또 내년 정부의 경제정책방향과 관련해 “정부가 현안 대응에 치중하느라 개혁 과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이번 정부가 출범하면서 연금·교육·노동시장 개혁을 3대 과제로 내세웠는데 단기적 어려움에 대응하느라 아직 모멘텀(동력)을 제대로 갖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고령화 문제의 경우 노동시장과 임금체계 등을 개혁해 노인들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