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다선' 되려고 국회의원 하는가

이승배 정치부 기자


“대통령실 눈 밖에 날까 봐 안 나타난 거죠.”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12월 2일)이 임박했던 지난달 말 한 국회 상임위 회의가 무산됐는데 까닭이 불분명했다. 야당은 국민의힘 탓을 했고 여당 의원은 “답답하다”며 말을 아꼈다. 자초지종이 궁금해 한 의원실을 찾았다. 결국 공천 문제였다. 회의 개최를 조건으로 여야가 마련한 합의문에는 현 정부 국정 철학에 역행하는 안건을 논의한다는 항목이 포함됐다. 잠정 합의를 이뤘지만 최종 재가할 여당 지도부급 인사가 부담을 느끼며 답변을 피했고 결국 파행으로 이어졌다. 해당 인사의 지역구에서 친윤계 인물이 총선 출마를 노린다는 소문이 돌면서 공천 경쟁에서 밀릴까 노심초사한다는 것이 보좌진의 설명이었다.



‘n선 하려 국회의원 하는가.’ 민심 아닌 ‘윤심’ 읽기가 한창인 국민의힘을 보면 지울 수 없는 생각이다. 윤심을 좇다가 진땀을 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심이 또 기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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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총선에 눈이 충혈된 의원들의 공감의 방향성은 바닥이 아닌 ‘위’만을 향한다. 민생이 주목받을 리 없다. 8일 본회의에서 ‘한전기본법 개정안’이 부결되자 여당은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했지만 그보다 먼저 지탄받을 대상은 내부 의원들이었다. 친윤계 주도 모임 ‘국민공감’의 7일 발족식에 여당 의원 115명 중 71명이 모였지만 개정안 표결에는 단 58명만 참여했다. 전원 참석했더라면 지금의 한전 유동성 위기 우려는 막을 수 있었다.

법정 기한이 훌쩍 지났지만 예산안 협상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거야(巨野)의 폭주와 여당의 의지 부족이 만든 합작물이다. 국민공감의 첫 강연자로 나선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이승만 정부가 몰락한 건) 아첨하는 집권자들 때문에 국민 얘기를 제대로 듣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집권 여당이 재선·3선·4선 투지를 불태우면서 ‘윤심 정당’으로 변모하기에는 국민들의 한숨이 너무 무겁다. 마음이 콩밭에 간 여당, 자성이 필요한 때다.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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