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치료할 의사가 없다"…아이 낳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 중단

올 지원율 서울 아산병원 빼곤 전국서 미달

가천대 길병원 홈페이지 캡처가천대 길병원 홈페이지 캡처




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이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중단했다.



12일 길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이달 초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길병원은 최근 몇 년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입원 환자를 진료할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상반기 전공의 1년 차 모집 과정에서 길병원 소아청소년과(정원 4명) 지원자는 단 1명도 없었다.

전공의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대학병원 등에서 전문의 자격을 따고자 수련 과정을 거치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말한다. 대개 인턴 1년 후 진료과목을 선택해 레지던트를 지원하고 다시 3∼4년의 수련 기간을 거친다.



앞서 손동우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지역 내 협력의료기관에 공문을 보내 입원 중단 사실을 알렸다. 손 과장은 "소아청소년과 4년 차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가면 2년 차 전공의 1명만 남게 된다"며 "입원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외래에서 가능한 일반 검사나, 내시경·심초음파 등 특수 검사는 더 세밀하게 진행하겠다"며 "입원이 필요한 소아들은 다른 병원에 의뢰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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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병원은 내년 3월쯤 전문의 충원이 이뤄지면 입원 환자 진료를 재개할 계획이다.

길병원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다른 상급병원에서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미달 사태가 잇따르면서 현장 진료 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전날 의료계에 따르면 '빅5'로 불리는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가나다순) 중 서울아산병원만 유일하게 내년 상반기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전공의) 1년 차 모집에서 정원을 채웠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는 8명 모집에 10명이 지원했다. 반면 삼성서울병원은 6명 모집에 3명만 지원했고, 서울대병원은 14명 모집에 10명이 지원했다. 서울성모병원이 포함된 가톨릭중앙의료원 소아청소년과는 13명 모집에 1명이 지원하는 데 그쳤다. 세브란스병원은 11명 모집에 아무도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기준으로 소아청소년과는 총정원 191명에 33명만 지원해 지원율이 16.6%로 나타났다.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은 2019년 80%에서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로 계속해 하락하고 있다. 2023년 전반기 전공의 모집을 진행한 수련병원 62곳 중 소아청소년과를 모집한 60곳에서 지원자가 1명이라도 있던 곳은 11곳에 불과했다. 이처럼 전공의가 급감하면서 의료 현장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진료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전체 인구 중 17%의 진료를 담당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사회안전망이 위협받고 있다"며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을 방지하고 진료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관계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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