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시장 연동형 금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 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연 20%로 제한된 법정 최고금리 때문에 금융기관이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을 꺼려하자 취약 차주들이 불법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소비자국 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법정 최고 금리를 시장 금리에 연동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정책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내용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당국이 시장 연동형 금리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도입된 법정 금리(최고 20%)의 역설 때문이다. 시중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자금 조달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대부업체 등이 받을 수 있는 최고 금리는 기준 금리가 1% 대였던 때와 동일하다. 현행 대부업법은 최고금리를 연 27.9% 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는데, 이전 정부가 고금리 대출자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난해 7월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낮춘 이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업체들이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면서 이들이 제도권 금융이 아닌 불법 사채 시장으로 이탈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시장 연동형 금리를 도입하게 되면 법으로 정한 최고 금리(27.9%) 내에서 대부업체들이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도 최근 금리가 급등하면서 리스크 관리와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자 시장 연동형 금리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장 연동형 금리를 도입할 때 결국 현재 20%로 묶어놓은 최고 금리가 27.9%로 오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시중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저신용자들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최고 수준에 준하는 금리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외에도 서민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긴급 생계비 대출 등 정책 서민금융을 확대하는 한편 임시조직인 불법 사금융 긴급대응단의 역할도 강화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현재 해외사례 등을 바탕으로 실무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정책방향이 확정된 바는 없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