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감원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인력 구조 조정에 나서고 있다. NH농협은행·KB증권 등 내로라하는 금융사들과 하이마트·롯데면세점 등 유통 기업, 해운사인 HMM 등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기업들이 업종을 불문하고 인력 구조 조정에 나서는 것은 경영 실적이 악화한 탓도 있지만 내년의 경기 침체에 대비한 선제적 긴축 성격이 크다. 구조 조정 추진은 신규 채용과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채용 사이트 사람인이 390개 기업의 내년 채용 규모를 조사한 결과 36.7%가 ‘올해보다 채용을 축소하거나 중단하겠다’고 대답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의 절반 수준인 10조 원 미만으로 줄이기로 했다.
기업들이 경기 침체에 대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움츠러들기만 해서는 국제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침체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필요하다. 기업이 위축되지 않고 위기일수록 채용과 투자를 늘리도록 ‘모래주머니’나 ‘신발 속 돌멩이’를 제거해줘야 한다.
특히 시급한 것은 법인세 인하다. 법인세 인하는 ‘부자 감세’가 아니라 투자를 퍼올릴 마중물이 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2018년 법인세 최고 세율을 올린 후 외국인의 설비투자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많이 감소했다. 법인세 최고 세율을 내린 이명박 정부 때는 외국인 설비투자가 130% 가까이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등은 최근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법인세를 낮춰주면 투자를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규제 개혁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자세로 불굴의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 방향을 연구해온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주52시간제 유연화, 근로자 파견 업종·기간 확대 등을 담은 노동시장 개혁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의 상당 부분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여야는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노동 개혁을 위한 입법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