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사느냐(buy) 사느냐(live) 그것이 문제로다…과잉소비의 절규

■디컨슈머(Deconsumer)

J.B.매키넌 지음, 문학동네 펴냄

전세계 매년 의류 구매 5000만톤

음식물 '5분의1'은 먹지 않고 버려

불필요 쇼핑에 '지구 재앙' 경고등

'소비종말=경제붕괴' 논리에 반박

"물질주의보다 내적인 가치가 중요

필요·수요 구분하는 소비자돼야"








오늘날 우리가 구매하는 의류를 전부 합치면 매년 5000만 톤에 달하는 옷 무더기가 된다. 이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로 떨어지면 웬만한 대도시는 전부 산산조각날 것이라고 한다. 전 세계 음식물의 경우 약 5분의 1이 먹지도 않은 채 쓰레기통에 들어간다고 한다. 중국 인구의 3분의 2 가량이 자신에게 실제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옷을 소유하고 있다고 답한다. 프랑스의 가구 당 쓰레기 양은 1970년보다 4배나 많아졌다. 미국인은 매년 디지털 기기에 2500억 달러, 개인 미용과 위생 용품에 1400억 달러, 장신구와 시계에 75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비의 시대였다. 2001년 9·11 테러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극적 사건이 발생한 지 9일 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충격에 휩싸인 국민들을 향해 “미국 경제에 계속 참여하고 경제를 신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비하라”로 해석되는 연설이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최소 600억 달러와 5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증발했다. 테러리스트에 의한 피해라기보다는 쇼핑에 대한 열정이 사라졌기 때문이었고, 이때부터 세계 지도자들은 소비에 대한 열정이 너무 떨어진다 싶으면 ‘소비 권하는 연설’을 심심찮게 내놓았다. 실제 부시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기미가 보이던 2006년에 “소비하라”는 직설적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이렇게 소비하다가는 지구 전체의 종말이 임박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신문방송학과 부교수인 저자가 쓴 ‘디컨슈머(Deconsumer)’는 소비의 25%가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각종 연구와 문헌 인터뷰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한 결과물이다.



분석의 계기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었다. “미국의 가계 지출은 두 달에 걸쳐 거의 20% 가량 하락했고, 중국의 소매 판매는 최소 5분의 1 감소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개인 소비의 거의 3분의 1이 줄어든 유럽에서는 평소라면 쇼핑에 쓰였을 4500억 달러가 은행에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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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활동이 중단되다시피 했을 무렵 중국의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자 인접국인 우리나라의 미세먼지가 사라지고 청명한 하늘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소비주의가 가속 페달을 밟은 ‘기후 재앙 시대’가 분명 지연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저자는 소비의 종말이 경제의 붕괴, 미래의 파국을 가져올 것처럼 ‘바람 잡던’ 기존의 주장에 반박한다. 그는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로 ‘디컨슈머’를 소개한다. 디컨슈머는 자신 혹은 세상의 소비가 줄어들기를 적극적으로 바라는 사람들이다. 영리 추구의 시간 보다 ‘비영리적 시간’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들이며, 소비자로서 ‘사지 않을 자유와 권리’를 인지하고 있는 이들이다. 2011년 미국 최대의 소비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뉴욕 타임스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고 광고한 파타고니아는 디컨슈머를 정확히 공략한 대표적 사례다. “필요하지 않은 것을 사지 마세요. 무엇이든 신중히 고민하고 구매하세요”라며 재킷 한 벌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을 표시한 파타고니아의 행보에 대해 저자는 “디컨슈머를 겨냥한 ‘디마케팅 전략의 시작’이자 ‘새로운 소비문화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년 사이 1인당 구매 의복 수는 60% 이상 늘었지만 ‘패스트 패션(Fast Fachion)’의 확산으로 그 옷들의 수명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이제 디컨슈머들은 더 질 좋은 물건을 더 적게 구매하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는 의류 산업이 “불필요한 소비 위에 세워져 있다”고 공공연한 ‘셀프 디스’를 선언하고 있다. 내구성 좋은 상품을 내놓는다면 조금 적게 팔더라도 ‘반소비적 사고로 향하고 있는 새 고객’, 즉 디컨슈머를 잡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디컨슈머들이 소비 집착에서 벗어나 간소함을 추구하고 내재적 가치에 집중하는 삶의 방식으로 기존 소비문화의 빈자리를 채울 것으로 예측한다.

“내재적 가치를 추구하는 활동은 물질주의보다 심리적 욕구를 더욱 잘 충족시키기 때문에, 보통 간소한 사람들은 소셜미디어, 텔레비젼, 음반 소비를 줄이면서까지 내재적 가치를 추구하는 시간을 늘린다. 소비를 멈춘 세상은 정말로 더 차분한 세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책은 사는 것을 멈추는 순간 진짜 삶이 시작된다며 ‘덜 살(buy)수록 더 살(live)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필요와 수요와 욕망을 구분하는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소비를 멈춘 차분한 세상에서는 풍성한 고요함이 ‘필요’해지리라는 저자의 예측은 또 다른 가능성으로 읽힌다. 1만85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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