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호프집.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청년들로 구성된 2030 자문단이 만났다. 폭설이 내리는 영하권의 날씨였지만 가게 안은 각자가 꿈꾸는 미래 노동시장의 모습을 쏟아내는 MZ(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청년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이날 간담회는 12일 ‘미래노동시장 연구회’가 노동시장 개혁 권고문을 제안한 이후 장관이 참석하는 첫 번째 현장 소통 행사다. 정부 노동개혁 방향의 뼈대가 될 연구회 권고안은 주 52시간제를 개편해 연장근로시간 단위를 확대하고 연공형 임금체계를 유연화하는 것이 골자다. 산업구조 변화에 맞지 않은 근로시간 규제와 연공형 임금체계에 따른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우리 노동시장을 망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청년들은 기성 세대보다 노동시장 변화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체감하고 있었다. 한 청년은 “연공형 임금체계를 ‘한국형 임금’이라고 하나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는 미래 노동시장에서는 ‘진입시 저임금, 이후 연공형 반영’ 임금체계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청년은 "공정한 보상을 위해서는 임금 결정을 위한 평가 과정에서 약자인 청년 근로자의 참여가 필수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연구회 권고안에 대한 반발도 적잖다. 급격한 노동 유연화가 장시간 노동과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금체계를 직무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도 기존 호봉제 사업장 노조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하지만 일한 만큼 보상을 받고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여기저기서 능력을 한껏 발휘하고 싶은 청년들도 많다. 무엇보다 산업화 시대부터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낡은 제도와 관행으로 디지털 대전환기에 들어선 청년세대의 미래를 옭아맬 순 없다. 청년의 미래가 곧 국가의 앞날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장관이 가장 먼저 청년들과 현장 소통을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노동계가 우려하는 부작용 역시 잘 살펴 조화로운 정책을 마련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