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가 접점을 찾아가면서 10·29 참사 국정조사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개문발차’를 예고하는 한편 여야 합의 파기라는 역풍을 우려해 단독 진행을 고심하는 중이다. 여당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뒤 보이콧 카드를 꺼냈지만 야당의 독무대로 국정조사가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참여 여부를 저울질 하는 모습이다. 여야 모두 부담이 커진 가운데 국정조사 정상화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이미 조사 기간의 절반을 허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현재까지 국회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성과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야 간사가 연일 물밑 협상을 이어오고 있지만 ‘선(先) 예산안 처리, 후(後) 국정조사’라는 앞선 합의에 따라 예산안 협상 경과에 발목이 묶여있는 형국이다.
야당이 이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여당 특위 위원들이 전원 사의를 표해 ‘반쪽 국정조사’ 우려까지 더해졌다. 민주당은 이날도 여당의 국조특위 복귀를 재차 압박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특위 위원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국민이 명령한 국정조사에 성실히 책무를 다해야 할 의무”라며 “국민의힘과 정부는 더는 유족과 국민 앞에 우를 범하지 말라”고 했다.
야당은 국정조사 단독 진행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지만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일정과 증인 채택을 강행하는 방안도 고려된다. 앞서 야 3당은 13일 기자회견에서 “국정조사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권한을 위임한 것으로 이해하고 내일(14일)부터 국정조사에 들어가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그러나 여야 합의를 먼저 파기했다는 부담이 지어질 수 있어 단독 추진을 실행하지는 않은 상태다. 여당도 보이콧으로 이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에 응수했지만 국정조사 불참 시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참여를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하면서 국정조사 추진을 재차 강조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정부·여당이 예산안 협상을 핑계로 시간을 끌면서 국정조사를 회피하는 것을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란 판단도 (중재안 수용에 대한) 하나의 근거가 됐다”면서 “예산안 처리와 함께 정치권이 국민에게 드린 국정조사에도 본격적으로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정조사 특위 활동 기간은 다음 달 7일까지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정의당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향해 “예산안 핑계로 국정조사를 미루지 말고 즉각 개시하라”고 촉구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15일 “예정 조사 기간 45일 중 아무것도 안 하고 이미 23일을 허비했다”며 “자기들끼리 당리당략 수싸움은 치열하겠지만 국민이 보기엔 둘 다 밥 값 못하고 할 일 않는 무능한 국회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예산정국이 마무리 된 뒤에는 국정조사 연기를 두고 여야 간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시작이 지연된 만큼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간을 연장할 수밖에 없다”며 “늦어지는 만큼 그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