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시중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 공포에 곳곳에서 M&A(인수·합병) 거래가 좌초되고 있지만 꾸준히 대형 딜을 성사시켜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자문사가 있다. 영국계 독립 자문사로 아시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BDA파트너스가 그 주인공. BDA파트너스는 2002년 서울사무소를 설립하며 한국에 진출한 지 20년이 됐지만 2015년 맥쿼리와 삼성증권을 거친 이현(Howard Lee) 대표가 영입돼 국내·외 네트워크를 씨줄날줄로 엮어내면서 눈부신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글로벌 투자자와 적절한 투자 기업을 찾아내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부터 미래 성장동력 발굴까지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매칭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16일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클라우드 관리기업(MSP)인 베스핀글로벌이 중동 자금을 유치해 2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는데 BDA파트너스가 자문사로서 다리를 놓았다. 베스핀글로벌은 금리 급등에 투자업계가 얼어 붙은 상황에서도 이번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BDA파트너스는 베스핀글로벌의 시리즈 D라운드에 아랍에미리트(UAE)의 디지털 서비스 기업인 'e& 엔터프라이즈'가 1400억 원 규모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를 도왔다. e& 엔터프라이즈는 기업 대출 형태로 500억 원~600억 원의 자금을 추가 투자하는 조건에도 합의했다. 앞서 JB금융지주의 벤처캐피탈(VC) 자회사인 JB인베스트먼트도 베스핀글로벌에 10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부터 BDA파트너스는 베스핀글로벌의 투자 유치 작업에 나서 마케팅을 진행해왔는데 당초 자금 모집 규모를 1000억 원 가량으로 설정했다 2배 이상 키웠고 기업 가치도 기존 목표보다 소폭 높여 신규 투자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BDA파트너스는 베스핀글로벌의 해외 투자유치 뿐 아니라 올 해 두산(000150)과 SK(034730), LG, 롯데 등 대기업의 굵직한 글로벌 M&A 거래를 자문하며 실질적 결과물을 끌어내기도 했다. BDA파트너스는 지난 5월 두산에너빌리티(034020)의 영국 자회사인 원전 엔지니어링 기업 두산 밥콕을 1600억원에 매각했다. 이 대표가 BDA파트너스의 영국 본사 등 유럽 네트웍을 총동원하며 프랑스 설비 제조·엔지니어링 기업 알트레드(Altrad)를 인수 기업으로 연결해 양사 모두 거래에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BDA파트너스는 작년 말 두산그룹 구조조정의 마지막 퍼즐인 두산건설을 국내 사모펀드(PEF)인 큐캐피탈 파트너스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데 일조해 두산과 돈독한 관계를 구축해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산건설 매각이 완료되면서 두산그룹이 올 초 조기에 채권단 관리를 졸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M&A 시장의 장기 매물로 주인을 찾지 못하던 두산에너빌리티의 화학공업기기 제조 자회사 두산메카텍 매각도 BDA파트너스가 자문을 맡았다. BDA파트너스는 지난 6월 수소 사업 시너지가 기대되는 범한산업을 인수자로 확보해 865억 원에 매각 협상을 성사시켜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전 사업에 주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올 해 조(兆) 단위 빅 딜의 포문을 연 SK에코플랜트의 싱가포르 전자 폐기물처리업체 테스(TES) 인수에서도 BDA파트너스의 활약이 빛났다. BDA파트너스는 영국 본사를 비롯해 뉴욕과 도쿄, 호치민 등의 글로벌 사무소들과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하며 테스 대주주와 SK에코플랜트 양측을 컨설팅하면서 1조 2000억 원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BDA파트너스는 기업의 신사업 진출과 투자 대상 발굴에서도 인수 기업과 매도측간 험난한 협상들을 끈기 있게 조정해 내며 글로벌 자문사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BDA파트너스는 2월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장을 위해 일본 NEC그룹의 자회사인 NEC솔루션 경영권 인수(500억 원) 자문을 수행했다. 2020년부터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팀을 꾸려 대기업의 유망 신사업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운 것이 주효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찍감치 바이오 사업 진출에 관심이 큰 것도 파악해 지난 5월 롯데가 2000억 원에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바이오 의약품 공장을 인수할때도 컨설팅을 맡은 바 있다.
IB업계의 한 핵심관계자는 “BDA파트너스는 한국과 해외 네트웍을 잘 활용해 국내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에 결정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면서 "인수자 확보가 어렵거나 협상이 까다로운 거래들도 원만히 합의점을 만들어내면서 M&A 자문업계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해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