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치료 중 기준치의 50배에 달하는 약물을 과다 투여해 13개월 영아를 숨지게 하고 이를 은폐한 혐의를 받는 간호사들이 과다 투여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영아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부인했다.
15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이날 오후 업무상과실치사 및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제주대학교병원 간호사 A씨(49) 등 3명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3월11일께 제주대병원에서 호흡곤란 증상으로 입원해 코로나19 치료를 받고 있던 13개월 영아 고(故) 강유림양에게 약물 에피네프린을 과다 투여하고 이를 숨겨 유림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많은 양의 에피네프린을 맞은 유림양은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다음날 급성 심근염으로 숨졌다. 급성 심근염은 과다 투여 시 나타나는 부작용 중 하나다.
약물을 과다투여한 이는 C씨다. C씨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유림양에게 에피네프린 5㎎를 정맥에 직접 주사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의사는 동일한 용량의 에피네프린을 호흡기를 통해 천천히 흡수시키도록 처방했지만, C씨는 정맥주사 투여시 기준치 50배에 달하는 용량을 투여했다. 에피네프린은 기관지 확장과 심정지 시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킬 때 사용하는 약물이다.
B씨는 유림양에 대한 사고 관련 기록을 수차례에 걸쳐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유림양이 중환자실로 옮겨진 후 의사 처방내용을 지웠다. 당시 이상 증세를 보인 유림양을 치료하던 의료진들은 B씨의 의료 기록 삭제로 인해 약물 오투약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결국 에피네프린을 추가 투약했다. B씨는 이후 유림양이 사망한 뒤 간호사 처치 내용도 지웠다.
수간호사인 A씨는 사고 이후 B씨와 C씨에게 투약 사고 보고서를 작성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면서 사고를 은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담당의 등 상부에 약물 오투약에 대해 즉각 보고하지 않아 유림양의 장례가 끝난 후에야 보고가 완료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재판에서 약물 오투약 사고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이후 발생한 은폐 행위가 유림양 사망과의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의료사망 사고와 관련해 제주대병원 소속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 8명도 수사 중이다. 불구속 송치된 이들은 유림양의 의료 기록지를 허위로 작성하고, 각종 안내문에 필요한 보호자 서명을 위조한 혐의를 받는다.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일부를 부인하자 법원은 의료 관련 전문심리위원을 불러 기초 사실을 확인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9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