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의 여파로 국내 가전 업계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석 달째 직원들의 급여를 지급하지 못한 전자 업체가 나왔다. 고금리·고물가로 내년도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암울한 상황에서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직원들의 월급을 주지 못하거나 인력 감축에 나서는 기업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업들이 경비 절감에 나서면서 내년도 고용시장에도 역대급 한파가 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가전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중견 전자 업체 A사는 올 9월부터 3개월째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출이 저조해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A 사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무급 휴직과 희망퇴직까지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건비 운영에 경고등이 들어온 업체는 A 사뿐이 아니다. 제조·유통·금융 등 주요 산업계에도 고용 삭풍이 불어닥치는 분위기다. 실제로 국내 채용 전문 업체 인크루트가 지난달 직장인 120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2.2%는 희망퇴직·권고사직 등 감원 목적의 구조조정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답했고 조만간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도 32.7%나 됐다. ‘일부 부문 또는 팀을 통합하거나 인력 재배치 진행(예정)’이라는 응답도 23.3%였다. 인크루트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올해보다 채용을 늘릴 것이라는 답변이 10.3%에 그쳤다는 조사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기업들이 인력을 줄이는 것은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하면서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4.8%로 지난해 3분기(7.5%)보다 악화했다. 부채비율도 2분기보다 1.4%포인트 늘어난 92.6%를 기록해 안전성이 흔들리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력산업의 상황이 어려워져 실질적 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고용 악화로 시장의 수요 회복 속도가 더뎌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