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상장사 인수땐 개미 주식도 제값 줘야

■의무공개매수제 25년만에 부활

소액주주 보호 기여 기대 크지만

"취득물량 절반 그쳐" 반쪽대책 지적도

금융위원회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한국거래소·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주식 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 시 일반 투자자 보호 방안 세미나를 개최 후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 제공=금융위원회금융위원회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한국거래소·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주식 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 시 일반 투자자 보호 방안 세미나를 개최 후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 제공=금융위원회




상장기업 인수합병(M&A) 시 소액주주의 주식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가격에 사야 하는 의무공개매수제가 25년 만에 부활한다. M&A 시 대주주에게만 프리미엄이 지급되고 소액주주는 제외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다만 의무공개매수 물량이 인수자의 지분을 포함해 50%+1주에 불과해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의견도 있다.

21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세미나를 열고 ‘주식 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 시 일반 투자자 보호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의 핵심은 의무공개매수제의 시행이다. 이는 M&A 시 인수 기업이 대주주 지분뿐 아니라 소액주주의 지분까지 일정 비율 이상을 의무적으로 매수하는 제도다. 피인수 기업의 일반 주주 권익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필요하지만 M&A 시장을 침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도입했다가 외환위기의 여파로 1998년 폐지했다.



이번에 도입되는 의무공개매수제는 앞으로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인수하는 경우 본인 지분을 포함해 50%+1주까지 잔여 지분도 의무적으로 공개 매수하도록 했다. 가령 지분 25%를 취득해 특정 상장사의 새 대주주가 됐다면 추가로 25%+1주를 의무적으로 매수해야 한다. 공개 매수 가격은 상장사를 M&A할 때 지불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가격과 동일해야 한다. 공개 매수 발표 후 신청 물량이 50%를 초과하면 비례 분배 방식으로 나눠 주식을 사면 된다. 금융위는 내년 중 자본시장법 개정 절차를 밟은 후 1년 이상 유예 기간을 갖고 시행할 계획이다. 따라서 일러야 2024년 하반기께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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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공개매수제 도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자본시장 참여자들은 제도가 도입되면 해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유입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의무공개매수제는 영국·독일·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 도입해 운영 중이다. 영국과 독일은 30% 이상 지분을 취득할 경우 나머지 주식 모두를 인수하게 돼 있다. 일본은 전체 주식의 3분의 2 이상을 취득하면 지분을 100% 인수하도록 한다. 미국은 의무공개매수제가 법제화돼 있지 않다. 그러나 이사회의 소액주주 권익 보호 책임, 주주의 집단소송 등으로 인해 인수 기업이 M&A를 할 때 공개 매수를 통해 지분을 100% 인수하는 게 강제된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이번 방안을 놓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다만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무공개매수제를 피하기 위해 25% 미만 지분으로 최대주주가 되는 등 꼼수를 쓸 가능성이 있다”며 “25% 미만 지분으로 대주주가 되더라도 사실상 최대주주 역할을 하는 경우도 의무공개매수제가 적용되도록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무공개매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의무공개매수는 ‘모든 주주는 똑같다’는 주주 평등권 차원에서 해외처럼 100%까지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코스닥 시장에서 횡행하는 무자본, 약탈적 M&A를 막기 위해서라도 의무공개매수 범위를 100%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M&A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대표는 “의무공개매수제가 시행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M&A가 더 활발하다”며 “제도 시행으로 주가가 정상화되면 자금 조달이 쉬워지고 M&A 시장이 더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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