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산별노조에서 기업별노조로 조직 형태를 변경하고 민주노총에서도 탈퇴하겠다는 안건을 투표에 부친 포스코지회 집행부뿐 아니라 대의원 4명도 최근 제명했다. 포스코지회의 탈퇴를 막기 위해 의사 결정 과정에 있는 핵심 간부들을 쫓아낸 셈이다. 명분은 ‘반조직 행위’다. 연맹 탈퇴 투표를 무효화하기 위해 대의원까지 제명하는 막가파식 횡포를 부리니 ‘민주’를 내세우는 노동조합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민주노총에 가입할 자유는 있고 탈퇴할 자유는 없는 셈이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의 대응도 이해할 수 없다. 조합원 66.9%가 탈퇴에 찬성한 1차 투표는 투표일 7일 전까지 공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69.93%가 찬성한 2차 투표는 총회 소집권자가 없다는 이유로 조직 형태 변경 신청서를 반려했다. 탈퇴 투표를 공고한 간부들을 민주노총이 모두 제명했으니 포스코지회에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집행부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포스코지회가 탈퇴하려는 것은 민주노총이 조합비만 챙길 뿐 조합원의 권익 보호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포스코지회 조합원 사이에서는 “우리는 (금속노조의) ATM이 아니다”라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앞서 한국은행과 GS건설·쌍용건설·금융감독원 노조 등도 비슷한 이유로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강경파가 주도하는 민주노총은 정치 투쟁과 기득권 챙기기에 주력하며 정상 궤도에서 벗어난 행태를 보여왔다. 최근에는 ‘깜깜이 회계’ 문제까지 불거져 도덕성에 타격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척결해야 할 3대 부패”라고 규정하며 노동 개혁을 강조한 이유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법 위에 군림하며 무법천지를 만들었다. 산업 현장의 무너진 법치를 바로 세워 노조원의 뜻에 따라 민주노총 가입과 탈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