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전날에 이어 또 상승했습니다. 이번에는 폭이 상대적으로 컸는데요. 나스닥이 1.54%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49%, 1.60% 뛰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산타랠리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희소식이었는데요.
이날 1%대 상승 이유는 여럿입니다. 소비 관련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좋았던 것도 있고 미 국채금리가 떨어지기도 했지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비자 신뢰가 높아지면서 주식이 상승했다”고 봤는데, 어제 연 3.70%를 넘었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이날 한때 3.63%까지 내려오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존재하죠. 오늘은 시장을 움직인 힘이 무엇인지와 앞으로의 증시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예상 훌쩍 넘은 소비자신뢰 108.3 8개월 만 최고”…“뒤에서 받친 나이키와 국채금리 결국은 핑계 찾은 것” 주장도
우선 이날 나온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 신뢰조사부터 보죠. 12월 소비자신뢰지수가 108.3으로 월가 예상치(101.2)를 크게 웃돌았는데요. 11월 수치 101.4에서 6.9포인트가 급등한 겁니다. 전망을 크게 뛰어넘다 보니 관심도 상대적으로 많이 받게 됐는데요. 지난 4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지금의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12월 현재 여건지수는 147.2로 전달(138.3)보다 상승했고 6개월 뒤를 예측하는 기대지수도 같은 기간 76.7에서 82.4로 올랐는데요. 일자리에 대해서는 ‘충분하다’는 답이 47.8%로 전달(45.2%)보다 늘어난 반면 ‘얻기 어렵다’는 반응은 13.7%에서 12.0%로 줄었습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데요. 소비자 자신감이 예상보다 크게 올라가고 일자리도 넉넉한 상황은 ‘골디락스’를 기대하는 이들이게 더할 나위 없는 자료죠. 가뭄 속 단비 같았을 텐데요. 마켓워치는 “유가하락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이고 인플레이션 우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1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은 물가압력이 계속해서 사라질 것으로 믿고 있다”며 “소비자 신뢰는 경제가 나아지고 있는지 나빠지는지를 보여주는 데 미국인들은 조심스럽게 낙관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어제 나온 나이키 실적도 소비와 관련해 긍정적 인식을 심어줬는데요. 주당순이익(EPS)가 85센트로 예상(64센트)보다 많았고 매출도 133억2000만 달러를 기록해 월가 전망(125억7000만 달러)을 능가하면서 전날 장마감 후 10%가량 오른 데 이어 이날 12.19% 급등했습니다.
미 국채금리도 이날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습니다. 어제 일본 10년 만기 국채가 0.48%까지 튀어오른 데 이어 일본 2년 물 국채금리가 2015년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로 전환하기도 했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오전에 3.63%까지 떨어졌지만 3.69%를 다시 찍고 내려오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더 오르지는 않았던 건데요. 블룸버그통신은 “미 국채금리는 전체적으로 큰 움직임이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조심해서 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콘퍼런스보드 조사 급등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해도 6개월 뒤를 보는 기대지수 82.4는 경기침체를 시사하는 80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캐서린 저지 CIBC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는 “기대지수가 역사적으로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소비자들이 여전히 어느 정도 2023년에 무엇이 올지 긴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는데요. 린 프랑코 콘퍼런스보드 선임 디렉터도 “미국인들의 휴가 계획이 늘어났지만 주택이나 대형 가전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둔화했다”며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의 역풍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며 소비재 대신 서비스를 구매하려는 추세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페덱스는 더 합니다. 이날 나이키와 함께 페덱스 수치가 좋아 증시를 이끄는 것처럼 전하는 곳들이 있었는데, 여전히 재고(93억2000만 달러)가 많지만 어닝과 매출이 예상을 뛰어넘은 나이키야 그렇다 쳐도 페덱스는 과도한 측면이 있는데요. CNBC는 “사람들은 페덱스 매출감소가 아닌 강도높은 비용 구조조정을 높이사고 있다”고 했습니다.
개별 종목 수준에서는 가능한 얘기지만 페덱스가 전체 미국 경제에 주는 의미인 수요 감소 이야기는 그대로인데요. 페덱스 2분기(2022. 9~2022. 11) 매출이 228억 달러로 예상치 237억4000만 달러를 밑돌았습니다. 배송 수요도 여전히 낮죠. 샘 스토발 CFRA 리서치 수석 투자전략가는 “그동안 매도가 과도했고 시장이 반등할 구실을 찾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나이키와 페덱스가 계기가 됐다고 하지만 나는 이것이 오래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美 기존 주택 거래 10개월 연속 감소 역대 최대”…골드만 “가계 실질 가처분소득 증가하고 있어 침체없지만 금리인하도 없다”
실제 소비는 더 봐야 하는데요. 이날이 21일이나 25일 크리스마스까지 대목이 이제 4일도 안 남았죠. 이케 보루초우 웰스 파고 애널리스트는 “한 발 물러서서 보면 중요한 대목을 앞두고 대부분의 회사들이 판매줄이 적은 것을 볼 것”이라고 우려했는데요.
스티펠은 “이달 중순 자체 조사결과 소비자들이 지난해보다 연휴 시즌에 4% 덜 소비할 것으로 나온다. 최근 3개월 동안은 전년 대비 평균 3% 성장이었다”며 월마트와 타깃의 어닝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연장선에서 미 부동산의 거래 감소도 심상치는 않은데요.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11월 기존주택 매매 건수가 전달보다 7.7% 감소한 409만 건(연환산 기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월가 예상치 420만 건을 크게 하회하는 건데요. 지난해와 비교하면 -35.4%입니다.
기존주택은 전체 매매의 약 90%를 차지하는데요. 특히 지난 2월부터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해 지난 1999년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장기 기록을 경신했다고 합니다. 집값도 5개월째 내리막길인데요. 11월에 매매된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37만700달러로 10월(37만8800달러)보다 8100달러 낮아졌습니다. WSJ은 “기존주택 매매는 1월 최고치에서 약 37% 감소했다”며 “이는 모기지 대출금리 급등 탓인데 모기지 금리는 2021년 말 3.1%에서 11월 초 7%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는 한달에 갚아야 할 돈을 수백 달러씩 늘어나게 한다”고 분석했는데요. 확실히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부동산 시장에 직격탄인 셈이죠.
다만, 뉴욕시 맨해튼의 주거용 부동산은 아직 예외인 듯합니다. 이날 만난 맨해튼의 대형 중개업체 파트너는 “내년에 침체가 올 수 있겠지만 짧을 것이다. 맨해튼은 지금도 공급이 상당히 부족하다”며 “2008년과 지금은 다르다”고 잘라 말했는데요. 첼시 지역의 신축 콘도를 보여주는 자리였는데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1시간 일정으로 6팀과의 약속이 빽빽하게 잡혀 있었습니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더 있는데요.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얀 하치우스는 “내년에 금리인하는 없겠지만 경기침체도 없을 것”이라며 “나의 기본 시나리오는 경제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노동시장도 조정을 받겠지만 침체는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치우스는 침체 확률을 35%로 보고 있어 65~70% 안팎인 월가의 대체적인 전망과 크게 차이가 나는데요. 그는 침체를 걱정하고 있는 데이비드 솔로몬 CEO에게 어떻게 설명하겠느냐는 질문에 “많은 우려와 부정적인 시각이 있지만 두 가지 이유가 있다”며 “첫 째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감소하면서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며, 둘째는 통화정책의 시차가 있지만 우리는 그것이 짧다고 본다. 이미 금융시장은 상당히 긴축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모건스탠리의 짐 카론은 이날 시장이 연준의 기준그리 인상을 충분히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는 이날 블룸버그TV에 “현재 가격에 반영돼 있는 것은 사람들이 내년에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데 나는 우리가 중앙은행이 말하는 것을 귀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극적인 일이 없는 한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하기 위해 한동안 5.25%의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금리선물시장이 보는 내년 5월 최종금리 전망치는 약 4.87%로 4.75~5.00% 수준인데요. 연준의 전망치 5.00~5.25%보다 낮습니다.
“바이든, 우크라 지원 지속·젤렌스키, 전쟁은 안 끝났다”…“S&P 2년 연속 하락 드물지만 현실화 땐 2023년 더 큰 고통”
추가로 시장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우크라이나 관련 소식 살펴보겠습니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났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00일이 됐다는 데 대해 “300일. 믿기 어렵다”며 “푸틴이 (전력과 난방, 수도시설을 포함한 민간 인프라시설을 폭격함으로써) 겨울을 무기로 삼으려고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날 미국은 18억5000만 달러의 추가 군사지원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했는데요. 방공용 패트리엇 1개 포대와 미사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용 탄약, 대레이더 미사일, 지뢰방호장갑차(MRAP) 37대 등이 포함됩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죠. 바이든 대통령도 “러시아가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지속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러시아는 군복무 인원을 현 100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전쟁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는데요.
다만, 바이든은 “미국은 단지 평화를 원한다”고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의 CNN 인터뷰를 참고할 필요가 있는데요. 그는 이날 “나는 그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이 갖고 있는 평화에 대한 생각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것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요소로 구성돼 있으며 미국이 그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무엇을 도울 수 있는지 말이다”라며 “(젤렌스키의 방미는) 겨울이 다가오면서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가면서 이뤄졌다. 방공 능력은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것이며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필수”라고 전했습니다.
정리하면, 당장의 상황 전환은 없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평화로 가는 길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우크라이나 역시 서방의 무기지원 없이는 러시아와 맞서 싸울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노’라고만 할 수는 없는 처지인데요. 한국전쟁 때의 대한민국과 상황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이날 증시는 올랐는데요. 마이크 배일리 FBB 캐피털 파트너스의 리서치 디렉터는 “투자자들은 지난 주 연준 우려에 따른 매도 이후에 싼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다는 측면에서 흥분했다”며 “거시 데이터 측면에서 소비자 신뢰 개선 또한 투자심리에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합니다. CNBC는 “투자자들은 산타랠리나 1월 반등의 희망이 줄어들면서 전형적인 계절 패턴이 실패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S3 파트너스에 따르면 테슬라 공매도에 나선 이들이 올해 150억 달러의 수익을 보고 있다고 합니다. 테슬라는 어제 8.05% 빠진 데 이어 이날도 소폭(-0.17%) 내렸는데요. 최근 1년 간 따지면 -59.09%에 이릅니다. 2020년과 2021년 510억 달러 손실과 비교하면 약세론자들이 힘을 얻고 있다는 말도 나오는데요.
블룸버그가 22명의 전략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내년 말 S&P500 목표치는 4078이라고 합니다. 이날 S&P가 3878.44에 마감했으니 5.1%가량 높은데요.
이는 역사적으로 보면 S&P가 두 해 연속 하락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기 때문입니다. 이날 기준 S&P는 올 들어 19.1% 빠졌는데요.
지금까지 두 해 연속 지수라 떨어졌던 경우는 대공황, 세계 2차 세계대전, 1970년대의 오일쇼크, 닷컴 버블 등 4번뿐이라고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씨티는 2023년 상반기 중 경미한 침체가 발생할 것이며 증시가 5~8% 하락할 수 있는데 이때가 매수 기회라고 권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사례가 발생하게 되면 2년 차 때의 하락 평균이 -24%로 항상 첫 해보다 더 깊었다고 하는데요. 양면적인 얘기 같습니다. 내년에는 지금보다 나을 확률이 높지만 안 그럴 때는 더 깊은 고통이 온다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이날 마이크론의 실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매출이 전년 대비 47% 급감했는데요. 당분간은 실적이 중요할텐데, 23일 있을 개인소비지출(PCE)도 잘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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