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은 “집값 30% 떨어지면 금융기관 유동성 리스크 커진다”

한은 금융안정보고서 발표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명목 GDP 넘어

내년 2월까지 만기도래 PF-ABCP 30兆

서울 시내 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연합뉴스서울 시내 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건설·부동산업 등 기업 대출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동산 기업금융 부실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금리 인상으로 집값 하락세가 점차 가팔라지는데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등으로 시장 불안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PF 관련 유동성 리스크로 정상적인 건설사나 PF 사업장에 부실이 생길 경우 금융 전반으로 리스크가 확산할 수 있다는 경고다.

22일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올해 9월 말 기준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2696조 2000억 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25.9% 수준을 기록했다. 부동산금융 중에서도 기업금융은 1074조 4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3% 늘어나는 등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은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건설·부동산업 등 기업대출과 대출·유동화증권 등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빠르게 확대된 것으로 파악했다. 건설·부동산업 대출은 9월 말 기준으로 580조 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0% 증가했다. PF대출도 9월 말 기준 116조 6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8%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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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금리 상승과 부동산 경기 둔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하면서 부동산 기업금융의 유동성·신용 리스크가 크게 부각됐다는 것이다. 신용 경계감 증대로 PF-ABCP 금리가 올해 3월 말 2.2%에서 11월 말 8.1%까지 급등했다. 내년 2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PF유동화증권 규모가 30조 원이 넘는 만큼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유동성 리스크가 다시 커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은은 부동산 기업대출과 PF대출 부실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건설·부동산업은 부채비율이 다른 산업에 비해 높을 뿐만 아니라 한계기업 비중도 상승하는 상황에서 미분양주택 증가, 건설비용 상승, 임대가격 하락 등으로 이들 기업에 대한 대출 부실화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을 지적했다. PF대출 역시 미분양 우려가 높은 고위험 사업장이나 아파트 외 사업장에 대한 대출이 위험하다는 평가다.

한은은 집값이 15% 하락하고 부동산 경기 부진이 1년으로 그칠 경우 금융기관 전반의 자본비율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부동산 경기 위축이 1년에 그치더라도 PF 관련 유동성 리스크가 확산하는 경우엔 자본비율 하락 폭이 확대될 수 있다. 집값이 30% 떨어지고 부진 기간도 3년 이상으로 장기화된다면 대부분 업권에서 자본비율이 상당 폭 하락하고 규제 기준을 밑도는 금융기관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과거 PF 부실 사태와 비교했을 땐 부실 정도가 크지 않고 금융기관 복원력도 양호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최근 금리가 높아진 데다 주택가격 하락세가 가파르고, PF 유동화 증권을 통해 자본시장과 부동산 PF 대출 간 연계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익스포저가 확대된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일시적 유동성 경색이 정상기업과 금융기관의 신용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단기자금시장 등에 대한 적기의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장 불확실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장기적으로는 미분양 부담 완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 주택 수요 기반을 안정화하고 금융기관의 과도한 리스크 추구 행태를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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