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진 날씨 탓인지 평소보다 늦잠을 자 버린 박 차장(45). 패딩만 대충 걸치고 허둥지둥 집을 나섰다. 새벽부터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럽지만 출근시간이 빠듯해 지하철역까지 쫓기듯 발걸음을 재촉하던 박 차장. 시린 손을 주머니에 넣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다 빙판길로 변해버린 내리막길에서 ‘꽈당’ 넘어지고 말았다. 황급히 일어나 회사에 출근했지만 엉덩방아의 충격으로 온종일 허리 통증이 이어졌다. 심상치 않음을 느껴 급히 반차를 내고 병원을 찾은 박 차장은 ‘급성 요추염좌’ 진단을 받았다. 염좌가 방치될 경우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까지 손상되고, 더 진행되면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로 악화될 수 있다는 의료진의 조언에 황급히 치료 일정을 잡아본다.
연일 매서운 겨울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새벽부터 대설주의보가 발효될 정도로 전국 곳곳에 많은 눈이 내렸고 강력한 한파 소식까지 잇따라 찾아오면서 직장인들의 출퇴근길에 고단함을 더한다.
눈은 겨울철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특히 밤사이 내린 눈이 얼어붙어 생긴 빙판길은 보행자의 낙상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 낙상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자기 발생하기 때문에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 그만큼 크게 다칠 수 있어 보행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겨울철에는 낙상을 당해 입원하거나 급히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난다. 지난달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해동안 낙상을 비롯한 외부적인 위험요인에 의해 손상을 입어 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가 전체 입원 환자의 16.8%였다. 입원진료를 받은 전체 질병군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2021년 응급실에 내원한 손상 환자 중에서도 낙상 환자가 27.1%로 가장 많았다. 낙상사고는 대부분 일상생활 중 갑자기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요즘처럼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조그만 충격에도 부상을 입기 쉽다는 점에도 더욱 유의해야 한다. 추위로 인해 혈관이 수축하고 혈류량이 줄어들어 근골격계 주변 근육과 인대가 경직되기 때문이다. 한 순간에 벌어진 낙상이 타박상, 근육통과 같이 비교적 가벼운 부상 뿐 아니라 급성 요추염좌, 허리디스크를 비롯한 척추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일 예상치 못하게 낙상을 당했다면 바로 일어서기보다는 가장 먼저 자신의 몸 상태를 살펴보는 게 우선이다. 다친 곳은 없는지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주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만일 극심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119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조속히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료에 나서는 것을 권장한다.
한방에서는 낙상으로 인한 염좌와 허리 통증 치료를 위해 침, 약침, 한약 처방 등을 병행하는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침치료는 경직된 근육과 인대 등을 이완시켜 통증을 완화한다. 통증 정도가 심한 환자에게는 동작침법(MSAT)이 활용된다. 동작침법은 한의사가 주요 부위 혈자리에 침을 놓은 상태에서 환자의 능동·수동적 움직임을 유도해 통증을 경감시키는 응급 침술이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통증의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 ‘통증(PAIN)’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동작침법을 받은 허리디스크 환자는 30분 만에 허리 통증이 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척추질환 치료에 주로 처방되는 신바로 약침은 통증의 원인인 염증을 빠르게 제거하고 손상된 근육과 인대를 회복시키는 데도 효과적이다. 손상된 부위를 빠르게 회복시키고 근골격계 강화에 도움을 주는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겨울철 낙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진행로가 안전한지 확인하고 걷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빙판길과 눈길은 가급적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경사진 길 뿐만 아니라 눈과 얼음이 녹아 물에 젖은 지하철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 버스 정류장 등을 특히 조심하자. 또한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걷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보행하는 것은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었을 때 대처 능력을 떨어트리므로 자제하는 게 좋다. 보폭도 평소보다 줄여 걷는 편이 안전하다.
누구나 눈 덮인 낭만적인 겨울을 꿈꾸지만 궂은 날씨에 출퇴근길이 늦어질 때면 내리는 눈이 야속하게 느껴진다. 급할수록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법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듯 보행길을 조심히 걸으며 낙상을 예방하도록 하자. / 송주현 노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