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국내 증시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미국의 추가 긴축 우려 속에 국내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의 실적이 급전직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회가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기존대로 유지하면서 올해 마지막 거래를 앞두고 개인들의 세금 회피용 매물 폭탄 우려까지 증시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43.04포인트(1.83%) 내린 2313.69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23.77포인트(3.32%) 빠진 691.25에 마쳤다. 코스닥이 종가 기준 700 선을 내준 것은 11월 4일 이후 한 달 반 만이다. 삼성전자는 1.69% 하락한 5만 8100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1.7% 떨어진 7만 7800원을 기록해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코스피에서는 31개 종목이, 코스닥에서는 137개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의 동반 급락은 전날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한 것이 주된 이유다. 미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3.2%로 1분기(-1.6%), 2분기(-0.6%)의 역성장을 되돌렸다. 잠정치인 2.9%도 웃돌았다. ‘지표가 양호하니 긴축을 더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외국인들이 경기 침체에 따른 주요 기업의 실적 악화를 우려해 선제적으로 손을 털고 나가는 것도 한 배경이다. 이달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총 1조 2613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한국 증시는 연초 이후 20% 넘게 떨어지며 주요국 중 꼴찌 수준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더해 연말 한국 증시의 고질병인 개인들의 양도세 회피 물량까지 더해졌다. 전날 국회가 세법개정안에 합의하며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이 예상대로 2년 유예됐지만 대주주 양도세 기준은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반영돼 기존 안이 유지됐다. 이날 개인들은 1811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최근 3거래일 동안 8361억 원을 던졌다. 올해 양도세 과세 대상에서 벗어나려면 올해 거래 폐장일(29일) 2영업일 전인 27일까지는 주식을 팔아 종목당 보유 금액을 10억 원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