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합의한 법인세 인하안에 따라 향후 5년 동안 국내 기업이 부담해야 할 법인세는 당초 정부안 대비 3조 7000억 원(누적법 기준) 늘어난다. 일명 ‘K칩스법’이라고도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역시 23일 대기업 투자 공제 비율을 8%로 낮춰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올라갔다. 내년 우리 경제의 초저성장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초부자 감세’ 프레임을 앞세운 야당이 기업의 성장 날개를 꺾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날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여야의 법인세 합의안에 따라 이 같은 법인세 세수 증액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이를 내년도 본예산 총수입에 반영했다.
내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이 법정 시한(12월 2일)을 21일이나 넘긴 이날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넘어서기는 했지만 핵심 쟁점이던 법인세가 기존 정부안 대비 대폭 후퇴하면서 민간 주도 성장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도 제동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정부는 내년 법인세 납부액이 당초 정부안 대비 1000억 원 늘어나고 이후 2024년부터 2027년까지 4년간 매년 9000억 원의 추가 세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누적법 기준으로 추산해보면 5년 동안 3조 70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이다.
당초 정부는 현재 과세표준 기준 △2억 원 이하(세율 10%) △2억 원 초과~200억 원 이하(20%) △200억 원 초과~3000억 원 이하(22%) △3000억 원 초과(25%) 등 4개 구간으로 구분된 법인세 체계를 3개 구간으로 줄이고 최고세율도 25%에서 22%로 내리기로 했으나 야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에 여야는 과세 구간을 유지하는 대신 각 구간별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기로 합의한 법인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K칩스법도 원래는 대기업이 반도체 산업 등에 투자할 경우 현재 6%인 세액공제율을 20%까지 높여주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재정 부담을 의식한 정부가 반대하면서 8%로 공제율이 낮아졌다.
이 법안을 주도한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반도체 세액공제 비율은 미국과 대만이 25%, 중국은 무려 100%”라며 “코리아 엑소더스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도 “법인세율은 내년에라도 추가 인하를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