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지금 주문해도 8년 뒤 인도"…여행 수요 느는데 항공기가 없다

중국 개방에 관광객 폭증 전망

"2년 뒤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항공사들은 공급난에 '비상'

방치 기체 유지 힘들어 폐기

부품난에 1.3만대 생산 지연

노후기 사용·운임 인상 우려





중국이 해외여행의 빗장을 풀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광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지만 예상하지 못한 변수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바로 여행객들을 실어 나를 항공기 부족이다. 부품 공급망 위기로 항공기 제작이 늦어지고 있는 데다 기존 항공기도 팬데믹 이후 방치된 탓에 유지 보수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부족으로 운임료가 오르는 것은 물론 넘치는 수요에 대응하느라 노후된 항공기 이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LCC를 인용해 현재 세계적으로 1만 2720대의 항공기 주문이 밀려 있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세계 양대 항공기 제조 업체인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의 인기 기종은 이미 2029년 인도분까지 판매가 끝난 상태다. 통신은 “전 세계 여행 수요가 회복기로 접어들면서 항공기 부족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며 “지난 수개월 동안 치솟은 항공료가 낮아지기는커녕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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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부족 현상이 나타나게 된 주요 원인은 원자재·부품 공급난이다. 엔진 등 항공기 부품 제작에 필수적인 금속들이 올해 초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제때 생산되지 못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올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6월 말 기준 항공기 26대가 엔진 부족으로 출고되지 못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달 초에는 올해 여객기 생산 목표치(700대)를 달성하지 못하게 됐다고 시인했다. 보잉 역시 올해 월 생산량을 38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일찌감치 철회한 상태다. 항공기 리스사 에어리스코퍼레이션의 설립자인 스티브 우드바 헤이지는 “지난 2년간 모든 항공기가 계약한 날짜보다 6개월가량 늦게 인도됐다”며 “공급망 문제와 급격한 수요 증가, 노동력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당장 띄울 수 있는 항공기 수가 줄었다는 점도 문제다. 항공사들은 지난 2년여의 침체기 동안 운항하지 않은 항공기 수천 대를 인근 사막 등에 보관해왔는데 이를 다시 띄우려면 막대한 유지 보수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항공사들은 방치된 항공기를 활용하기보다는 아예 단계적으로 폐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항공기 부족에 대응할 새도 없이 여행 수요는 이미 들썩이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최근 글로벌 항공 여객 수가 2024년께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그동안 국경을 막고 있던 중국이 내년 1월 8일부터 입국자 격리를 폐지하고 자국민 여권 발급을 정상화하는 등 ‘위드 코로나’로의 전격 전환을 예고한 만큼 항공 여행의 정상화 시점은 더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내년 중국 항공기 여객 수가 2019년의 70%를 회복할 것이라는 IATA의 전망이 나온 가운데 세계 관광산업을 좌지우지하는 유커(遊客)의 때 이른 복귀로 글로벌 항공 수요는 내년부터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 여행 서비스 플랫폼 퉁청에 따르면 국경 개방 발표 이후 현지의 해외 항공편 검색량이 850% 늘고 비자 검색은 1000% 폭증했다.

항공사들은 일단 기존 항공기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폭발하는 여행 수요에 대응하려는 분위기다. 싱가포르 컨설팅 업체 올리버와이먼의 서니 시 회장은 “(항공기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항공기 소유 주기를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나 유럽의 항공사들에 비해 여객기 소유 주기가 짧았던 아시아 지역의 항공사들이 이미 주기 연장에 나선 데 이어 이 같은 조치를 더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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