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중소벤처업계 결산] VC투자 40% 급감…돈줄 마른 스타트업 생존이 화두

<2> 투자 혹한기 벤처·스타트업

금리 인상·실적 후퇴에 시장 급랭

내년 모태펀드 예산도 40% 삭감

유니콘 나오려면 정부 지원 절실

벤처 대출 확대·CVC도 개선 필요

지난 11월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행사 '컴업(COMEUP) 2022'에서 한 스타트업 관계자가 창업 투자 환경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11월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행사 '컴업(COMEUP) 2022'에서 한 스타트업 관계자가 창업 투자 환경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월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행사 '컴업(COMEUP) 2022'에서 이영 중기부 장관이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투자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11월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행사 '컴업(COMEUP) 2022'에서 이영 중기부 장관이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투자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던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올해 큰 시련을 겪었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불황에 투자 시장이 얼어붙고 정부 예산까지 급감하면서 돈줄이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정부 모태펀드 예산이 대폭 쪼그라들고 전세계적인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는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2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벤처캐피털(VC) 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1% 급감했다. 분기별 투자액도 1분기 2조2116억원→2분기 1조9111억원→3분기 1조2525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상반기 투자 덕분에 1~3분기 합산으로는 역대 최고(5조3752억원)를 달성했지만 4분기에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기록한 연간 최대 기록(7조 6802억원)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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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까지만 해도 훈풍이 불던 벤처·스타트업 시장에 2분기부터 이상 조짐이 생기기 시작했다. 금리는 두 세배 뛴 반면 투자수익이 쪼그라들면서 LP(출자자)들이 추가 투자를 망설이거나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벤처·스타트업들이 광고비 등 마케팅 비용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고 실적은 뒷전으로 생각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익 실현에 대한 회의감도 커졌다.

게다가 정부의 모태펀드 예산이 지난해 8000억원에서 올해 5200억원으로 35% 급감하면서 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모태펀드는 정부가 VC 등으로 구성된 투자조합에 출자해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간접 투자 방식이다. 거시적인 투자 환경 악화와 정부 예산 축소가 시장이 얼어붙은 주요 이유지만 정부 지원금과 은행 대출에 대한 자금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시장의 구조적 한계점도 영향을 미쳤다. 벤처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벤처기업의 신규자금 중 64.1%는 정책지원금이었으며 28.2%는 은행 대출로 조달됐다. VC 투자 재원을 살펴보면 2021년 기준 벤처투자조합의 출자자의 정책금융 비중이 29.5%에 달했다.

문제는 내년 투자 환경이 최악이라는 점이다. 전세계 자금시장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데다 윤석열 정부가 내년 모태펀드 예산을 40% 삭감해 편성(3135억원)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창업기획사)인 퓨처플레이의 최재웅 투자그룹장은 “금리 인상 여파가 스타트업 투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러한 분위기는 내년에도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VC인 카카오벤처스의 장원열 수석 심사역은 “미국 금리 인상 및 긴축으로 스타트업들에게는 최근 몇년간 찾아 볼 수 없었던 혹한기를 겪고 있다”며 “VC들이 공격적 투자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던 전략에서 손실 최소화로 방향을 바꾸면서 신규 투자 유치가 더 어려워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기업들에 투자가 계속되도록 정부가 예산을 꾸준히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0년대 초 벤처 버블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네이버 등 한국의 벤처 1세대들이 탄생한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익명을 요구한 엑셀러레이터의 한 투자본부장은 "한국 경제의 축을 담당할 수 있는 회사들이 변동성 국면에서 아깝게 사라지지 않도록 모태펀드를 통한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처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최근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점검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벤처기업의 자금난을 완화하기 위해 △정책금융의 경기역행적 운영 △벤처기업에 대한 무담보 대출 공급 확대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등을 제시했다. 김경훈 SGI 연구위원은 “지적재산권을 바탕으로 역량있는 벤처기업에게 무담보 대출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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