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고정금리인데 금리 '강제인상' 날벼락'…금감원도 '화들짝'





지역 신용협동조합이 고정금리로 내준 전세대출을 강제로 인상하려다 철회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금융 당국은 금리 급등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충북 청주의 한 조합은 최근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고객들에게 다음 달부터 적용이율을 연 2.5%에서 연 4.5%로 2%포인트(P)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대상자는 136명으로 이들의 대출잔액은 342억 원에 달했다.



조합 측은 안내문에서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 기준금리 0.75%부터 인상을 시작해 현재 3.25%까지 올랐다”며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5%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8%대에 육박하는 등 금융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해) 부득이 조합원이 고정금리로 사용하고 있는 대출금리를 변경하게 됐으니 너그러이 이해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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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두배 가까운 이자를 물게 된 차주들은 뿔이 날수밖에 없었다. 대출 신청 당시 더 낮은 변동금리 상품이 있음에도 안정성 확보를 위해 고정금리 상품을 선택한 게 허사가 됐기 때문이다. 차주들은 조합이 ‘고정금리 강제 인상’의 근거로 제시한 여신거래기본약관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약관을 보면 고정금리 대출이더라도 ‘국가경제·금융사정의 급격한 변동 등으로 계약 당시에 예상할 수 없는 현저한 사정변경이 생긴 때에는 이율을 인상·인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동양카드가 연 15%의 고정금리를 24%로 올린 적이 있긴 하지만 그때와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어림없다고 반박했다.

뒤늦게 이번 사태를 인지한 신협중앙회와 금융감독원은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신거래기본약관의 '국가 경제·금융 사정의 급격한 변동으로 현저한 사정 변경'은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과 같은 상황을 가정한 것이지, 최근 같은 금리 변동 상황을 포함하지 않는다”며 “금리 인상기에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전 금융권에 다시 지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협중앙회도 해당 조합에 즉각 금리 인상을 철회하라고 지도했다. 조합 측은 금리 인상을 통보받은 조합원들에게 “혼란을 주어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 메시지를 보냈다.

고정금리 강제 인상은 없던 일이 됐지만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종의 ‘신뢰의 위기’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금리 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위험에 노출되는 변동금리 비중을 줄이기 위해 여러 고정금리 정책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 중 변동금리형은 77.9%에 이른다. 만약 고정금리 약정이 쉽게 깨질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율의 고정금리를 택할 유인은 없는 셈이다.

유현욱 기자·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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