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 하락 여파로 수출금액지수가 1년 새 11% 넘게 떨어지면서 2년 6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반면 유가 강세로 수입금액지수는 3% 이상 오르면서 2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출금액이 줄어드는 동안 수입액은 늘어나면서 교역조건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달러 기준) 통계에 따르면 11월 수출금액지수(2015년 100 기준)는 124.58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3% 하락했다. 앞서 10월(-6.6%) 2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뒤 두 달 연속 내림세다. 하락 폭으로는 2020년 5월(-25.0%)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치다.
품목별로는 컴퓨터·전자·광학기기(-25.4%), 1차금속제품(-21.7%), 섬유·가죽제품(-19.0%), 화학제품(-17.0%) 등의 내림 폭이 컸다. 반면 석탄·석유제품(26.8%), 자동차 등 운송장비(21.8%) 수출금액지수는 올랐다. 수출물량지수(118.31)도 1년 전보다 6.3% 떨어졌다. 역시 2020년 5월(-14.8%)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서정석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반도체 등 컴퓨터·전자·광학기기 제품과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수출액이 감소했다”며 “수출 가격 하락세와 전방산업 수요 부진 등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11월 수입금액지수(164.54)와 수입물량지수(131.32)는 1년 전보다 각각 3.3%와 3.8%씩 올라 24개월과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개별 품목 중에서는 전기차 등을 포함한 운송장비(50.5%), 석유 등 광산품(19.1%)의 수입금액이 많이 늘었다. 수입물량지수는 운송장비(76.7%)와 컴퓨터·전자·광학기기(8.2%), 광산품(5.6%) 등이 상승을 이끌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년 전보다 4.9% 떨어진 84.04를 기록하며 20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수출 가격은 낮아지는데 수입 가격만 오른 영향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 상품 한 단위 가격의 비율로, 우리나라가 한 단위 수출로 얼마나 많은 양의 상품을 수입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교역조건이 나빠지면 국민 실질소득 감소와 함께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소득교역조건지수(99.43)의 경우 수출물량지수(-6.3%)와 순상품교역지수(-4.9%)가 모두 떨어지면서 1년 전보다 10.9%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