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민낯 드러난 ESG채권…발행량 반토막

올 12.5조…전년 25조比 절반 수준

기준금리 오르며 투자 수요 끊겨

인증 오래 걸리고 발행 비용도 늘어

울산GPS·코리안리 등 미매각 발생

'책임투자 강조' 국민연금마저 꺼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로 주목 받았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회사채 발행이 올해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채권 투자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이며, 국민연금 등 ‘큰손’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자 여러 기업이 ESG 꼬리표를 떼고 일반 회사채로 눈을 돌린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ESG 회사채 발행량은 12조 5430억 원으로 지난해 24조 9300억 원 대비 약 50% 감소했다. 특히 8월 SK텔레콤을 마지막으로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민간기업의 발행은 지난해 9조 9930억 원에서 올해 3조 3160억 원으로 더욱 크게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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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채권은 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투자를 목적으로 발행되는 데 크게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으로 분류된다. 2020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본시장에서도 책임투자론이 확산하면서 국내 ESG 채권시장은 2019년 1조 6300억 원에서 2020년 3조 4300억 원으로, 또 2021년에는 24조 9300억 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교직원공제회·공무원연금공단·지방행정공제회·사학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물론 은행·보험사·자산운용사 등 금융사들까지 잇따라 ESG 투자를 확대한 효과다. 여기에 친환경 경영 행보에 나선 기업들도 시장에서 ESG 투자 자금을 잇따라 끌어모으며 미래 먹거리 개척에 나섰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 들어 확 바뀌었다. 기업들은 연초까지만 해도 ESG 회사채를 통해 연기금 등 책임투자 수요를 끌어모으려 애썼지만 △울산지피에스(녹색채권) △코리안리(지속가능채권) △SK디앤디(녹색채권) 등 ESG 채권에서도 잇따라 미매각이 발생하자 일반 회사채로 눈을 돌렸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률 방어가 급선무였던 만큼 ESG 여부가 투자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ESG 채권을 발행하려면 관련 인증을 받는 데만 한 달 이상의 시간과 적잖은 비용이 소요된다. 빠르면 2~3주 안에 발행을 마무리할 수 있는 일반 회사채보다 시간이 배로 걸리는 셈이다. 발행 시 회계법인이나 신용평가사 등으로부터 외부 검토를 받은 후에도 최소 1년에 한 번 자금 사용 현황과 환경적·사회적 효과 등에 대한 사후 보고를 해야 한다. 1년 새 조달 금리가 2~3%포인트 급등한 기업들로서는 제반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회사채 투자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영향도 컸다. 특히 ESG펀드는 방산·석유 등 사회나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운용하는데 올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채권 가격이 상승해 상대적으로 손해를 봤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8일 기준 국내 기관들이 운용하는 38개의 녹색성장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연초 이후 -19.39%로 국내 채권형펀드 수익률(-1.36%) 대비 크게 낮았다.

내년 ESG 회사채 시장 전망에도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ESG 경영 강화에만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ESG 회사채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설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한 대형 증권사 자금 조달 담당자는 대내외적인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대기업들의 ESG 회사채 발행이 올해보다 늘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또 국민연금 같은 공적 연기금이 ESG 투자에 강하게 나서줘야 금리도 낮추고 기업 입장에서도 발행 유인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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