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1분기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kWh당 13원 10전 오른다. 지금보다 약 10%, 4인 가구 기준 월 4000원 가량 오르는 셈으로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 인상해야 하는 폭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인 5.1% 급등한 데 따른 조처이지만 적자에 신음하는 한전이 느낄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겨울철 난방비 부담을 고려해 내년 1분기 가스요금은 동결된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내용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공개했다.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은 13원10전/kWh 오른다. 지금보다 9.5% 오르며 4인가구(월 307kWh) 기준으로는 월 4022원의 추가 부담이 생기게 된다. 산업부는 내년 2분기 이후로는 국제 에너지가격, 물가 등 국내 경제 및 공기업 재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요금 인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에도 한전의 재무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전이 발전소에서 전기를 사오는 가격인 구입단가가 판매단가보다 비싼 구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10월 기준 구입단가는 kWh당 181원60전으로 1년 전보다 89.3% 올랐다. 지난해 역대 최악인 5조9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한전은 올 들어서 그 폭을 더 키워 3분기까지 21조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전체로 30조원이 넘는 적자 발생이 유력하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저원가 발전원인 원전이 축소되고 액화천연가스(KNG) 등 원가가 높고 연료비 변동 리스크에 취약한 발전원 비중이 증가한 것도 한전의 적자 확대에 불을 지폈다. 2012~2016년 29.5%를 차지했던 원전의 비중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던 2017~2021년 26.5%까지 줄었고 이 빈자리를 LNG 발전이 22.0%에서 27.4%로 비중이 늘어나며 메웠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LNG가격이 지난해 1분기 대비 2.8배, 유연탄은 3.9배 올랐다. 무역수지 적자원인 역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랐으며 세계 각국은 전기요금을 20~123% 인상했다.
정부는 애초 한전의 적자가 더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전기요금을 최소 1kWh당 51원60전 올려야 한다고 내다봤다. kWh당 13원 10전 오르는 이번 인상안은 이에 크게 못 미치는 규모다. 배경에는 급등한 물가가 있다. 올해 소비자 물가는 1년 전보다 5.1% 급등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석유류는 22.2% 올라 199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전기·가스·수도 요금도 12.6% 올라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0년 이후 최대 폭으로 올랐다.
한편 내년 1분기 가스요금은 동결된다. 동절기 난방비 부담, 전기요금 인상 등을 고려한 조치다. 정부는 내년 2분기 이후 요금 인상 여부를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초생활 수급자 등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해 에너지바우처·연탄쿠폰 등 연료비 보조를 확대한다. 구체적으로 에너지바우처 단가는 올해 12만7000원에서 내년도 19만5000원으로 올리고 연탄쿠폰 역시 47만2000원에서 54만6000원으로 올린다. 등유 바우처는 기존 31만원에서 두배 이상 올려 64만1000원을 지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