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현지 시간) 새 정부를 출범시키며 18개월 만에 돌아왔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우익 정권이라는 평가를 받는 새 이스라엘 정부가 벌써부터 강경한 팔레스타인 정책을 예고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사법부의 독립성을 위협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전통적 우방국과의 관계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연합정부가 이날 크네세트(의회)의 승인을 받고 공식 출범했다. 18개월 만에 재집권한 네타냐후 총리는 “세계 강국이 되기 위한 세 가지 최우선 과제를 수행하겠다”며 아랍권과의 갈등 종식,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 저지, 이스라엘의 기반시설 개발 및 군사력 증강 등을 꼽았다. 그는 극우·인종차별주의 정당들과의 연정을 향한 우려를 염두에 둔 듯 취임 연설에서 ‘관용’과 ‘평화’를 거듭 강조했지만 사실상 적대국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시사한 새 정부가 중동의 화약고에 불을 댕길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전날 제출한 연정의 신규 정책 지침에는 국제법상 불법인 유대인 정착촌 확대와 사법부 권한 약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새 내각에 이타마르 벤그비르 신임 국가안보장관을 비롯해 극단적 보수주의, 유대민족주의, 점령지 합병 등을 주창하는 극우 인사들이 대거 지명된 점도 이스라엘과 서방 간 외교 관계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과 중동이 직면한 많은 도전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나의 오랜 친구인 네타냐후 총리와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면서도 “미국은 2국가 설립 방안(팔레스타인·이스라엘을 각각 독립국으로 인정)을 지지하고 이를 저해하는 정책에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내부와 미국계 유대인들도 새 정부의 우경화에 반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100명 이상의 전직 이스라엘 대사 및 외무부 고위 관료들이 이례적으로 네타냐후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차기 정부의 전략적 (외교) 관계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한 뒤 자국의 외교관계와 핵심 이익이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에는 야엘 게르만 프랑스 주재 이스라엘 대사가 “내 신념과 근본적으로 어긋나는 정책을 대변할 수 없다”며 사임하기도 했다. NYT는 “보다 진보적인 미국 내 유대인들도 새 이스라엘 정부 정책에 대해 우려한다”며 미국 내 랍비 수백 명이 이스라엘 정부 내 초정통파 유대교에 항의하는 서명운동에 나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