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타격이 불가피했던 한국산 전기차도 리스 등 상업용으로 판매할 경우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IRA는 최종 조립을 북미에서 하고 핵심광물 및 배터리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를 구매한 납세자에게만 세액공제를 주도록 하지만, 상업용 전기차는 이런 요건과 상관없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미 재무부는 29일(현지시간)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규정과 관련한 추가 지침을 공개하면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전기차의 정의를 자주하는질문(FAQ) 형식으로 안내했다. 재무부는 상업용 전기차를 '납세자가 재판매가 아닌 직접 사용 또는 리스를 위해 구매한 차량'으로 정의했다. 외교부는 이날 자료를 통해 상용차 세액공제 가이던스는 정부가 연내 발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한미 여러 채널을 통해 협의해 왔고, 이번 상업용 전기차 가이던스 발표는 미국 행정부가 전기차 세액 공제 관련 차별적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현대차(005380)그룹이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는 전부 한국에서 수출하고 있어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는데 적어도 상업용 전기차 시장에서는 세액공제 혜택을 누리며 타사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재무부는 차량 수명의 80∼90% 해당하는 '장기 리스'나 리스 계약 종료 후 할인된 가격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이 있는 경우 등 사실상 판매에 해당하는 리스는 세액공제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조항은 내년부터 배터리에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한 부품을 50%(2029년 100%로 연도별 단계적 상승) 이상 사용해야 3750달러를,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의 40%(2027년 80% 이상으로 연도별 단계적 상승)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나머지 3750달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무부가 아직 세부 규정을 마련하고 있어 배터리와 핵심광물 요건 적용이 내년 3월로 연기됐지만,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여전히 해당 전기차를 북미에서 최종 조립해야 한다. 이에 한국 정부와 현대차는 이미 미국에 전기차 공장을 건설 중인 현대차도 세액공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북미 최종 조립의 정의를 완화하거나 이 규정의 시행을 3년 유예해줄 것을 미국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재무부가 이날 공개한 지침은 '북미 최종 조립'과 관련한 세부 규정을 포함하지 않았다. 대신 관련 용어를 어떻게 정의할지 방향성을 제시했는데, 북미를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영토"라고 설명했다. 이 지침대로라면 북미의 정의를 완화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다만 미 재무부는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내년 3월에 나올 배터리 요건(광물·부품) 제정 방향을 이날 백서 형태로 제시했다. 백서에는 배터리 부품별 북미 제조·조립 비율, 핵심 광물별 미국 및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추출·가공된 비율을 산정하는데 있어 개별 부품·광물이 아니라 전체 부품·광물의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했다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설명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추출한 광물이라도 FTA 체결국에서 가공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경우 FTA 체결국 생산으로 간주하기로 한 것이다.
또 배터리 부품의 정의에 음극재, 양극재, 분리막, 전해질, 배터리 셀, 모듈 등이 모두 포함될 전망이라고 산업부는 전했다. 우리 자동차·배터리 업계 등은 전반적으로 이번 미국의 발표를 환영하면서 수혜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돌입했다. 현대차의 경우 경쟁력 있는 리스료 책정을 통해 기존 3∼5% 수준의 상업용 판매 비중을 3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도 우리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평가하면서 향후 대응 방안을 준비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미 재무부의 내년 3월 핵심광물·배터리 부품 잠정 가이던스 발표 시까지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고 우리 의견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