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우리 정부나 국제기구보다 올해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대외 변수에 큰 영향을 받는 우리 기업들은 올해 세계 경제에 대해서도 대부분 1%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는 등 현장에서는 올해 경영 활동에 상당히 움츠러든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서울경제가 실시한 신년 경영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86.9%(73개)의 기업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2%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0%대 성장을 하거나 역성장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전체의 11%나 될 정도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정부나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기관보다 우리 기업들이 국내 경제에 대해 더 보수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한은은 지난달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6%, 1.7%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1.8%로 예상했다. 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각각 2%, 1.8%로 평가했다. 모두 한국 정부와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1.8% 안팎의 성장률을 예측했다. 이 역시 낮은 수준이지만 국내 기업들이 대부분 1%대에서 0%대까지 성장률을 더 낮게 잡은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올해 한국 경제 예측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세계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응답 기업 중 91.7%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1~2%대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0% 내외도 6%로 대다수 기업은 글로벌 성장률이 한국 경제성장 수준과 비슷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IMF가 지난해 10월 2023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한국보다 높은 2.7%로 제시하고 2%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을 25%로 잡은 것과 대비된다. 그만큼 현장에서는 세계 경제와 우리나라 경제가 낮은 성장 수준에서 동조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은 올해 한국 경제에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글로벌 시장 환경을 꼽았다. 한국 정부나 당국이 조치할 수 없는 대외 변수인 만큼 불안감이 더 커 위축된 경영 활동이 예상된다. 실제 응답 기업 중 글로벌 고금리 및 금융시장 불안이 72.3%로 가장 높았다. 이어 글로벌패권 경쟁, 보호주의로 인한 공급망에 대한 불안과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도 각각 14.5%, 4.8%를 기록했다. 이 밖에 소비심리 부진(7.2%), 기업 규제 증가(1.2%)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한 응답에서는 대부분 기업들이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장 현황 점검을 한다는 기업은 74.7%였고 사고 시 보고 체계 등 경영 시스템 개편을 완료했다는 답은 63.9%, 법무팀 또는 자문 변호사와 법률 검토를 했다는 기업도 59%였다. 이어 안전보건 인력 추가 채용(53%)이 뒤를 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변수에 휘둘리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최소한 다른 나라 기업보다 불리한 환경에서 경쟁하지 않도록 하는 세제와 지속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