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터리] 유연하고 공정한 노동을 위해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





이번 겨울은 유독 추위가 매섭다.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 열심히 일하지만 살림이 나아지지 않는 분들의 마음은 더 추울 것이다. 올해 노동시장에는 훈풍이 불어 일자리를 구하거나 일하는 국민 모두가 따뜻해지기를 바란다. 정부는 이러한 염원을 담아 올 한 해를 노동시장 개혁의 원년으로 삼고 우리 사회 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우리 노동시장 안팎으로 유례없는 변화와 도전이 밀려들고 있다. 인구 감소, 고령화, 4차 산업혁명 등 환경 변화는 거세지고 이중 구조 등 구조적 문제는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사의 의식, 관행과 노동 규범은 과거에 머무르며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선 노사는 법과 원칙 위에서 대화하고 타협하기보다는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일부 노동조합은 불투명한 재정 운영, 조합원 탈퇴를 가로막는 불법행위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사용자는 노동조합을 여전히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음은 환경 변화에 유연하지 못한 법과 제도다. ‘오피스 빅뱅’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일하는 문화와 직업관은 크게 변하는데 법과 제도는 70년 전 그대로다.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법·제도는 일터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가로막은 채 기업의 경쟁력 향상뿐 아니라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 근로시간 단축도 어렵게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노동시장 내의 격차와 불공정이다. 일하는 근로자 간에도 고용 형태, 기업 규모 등에 따라 보상·처우, 근로 여건에서 차별이 발생한다.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 체계는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청년과 장년층의 일자리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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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제도와 관행은 국가 경쟁력은 물론 미래 세대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 피해는 청년, 저임금·미조직 근로자 등 약자에게 집중된다. 과감한 변화와 혁신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안정적인 노사 관계를 토대로 유연하고 공정한 노동시장을 구축하는 데 올 한 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우선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해 안정적 노사 관계를 지원하겠다. 노사가 법과 원칙 위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생한다면 기업의 경쟁력과 근로자의 삶의 질은 높아지고 국민 경제도 발전할 것이다.

낡고 경직적인 근로시간 제도는 변화하는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개선하겠다. 노사가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면 창의와 혁신을 기반으로 노동의 질이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것이다. 이를 위해 직종·직군 특성 등이 반영된 의사 결정 구조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노동시장의 격차는 줄이고 공정성은 높이겠다. 사회적 약자는 더욱 두텁게 보호하고 일의 양과 질에 따라 정당하게 보상받는 임금 체계를 확산함으로써 일하는 모든 분들이 소외되지 않고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도록 할 것이다.

노동시장 개혁은 이념의 문제도 노사 어느 일방의 문제도 아니다. 미래 세대인 청년과 국민, 그리고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노사는 눈앞의 유불리를 떠나 노동시장 주체로서 책임을 갖고 개혁 과정에 적극 동참해주기를 바란다. 정부도 사회적 논의를 통해 지혜를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2023년 계묘(癸卯)년. 토끼와 같은 영특함과 지혜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상생과 연대로 하나 되는 따뜻한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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