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일 영상 등으로 공개한 자칭 ‘600mm 초대형 방사포’(미국식 코드명 KN-25)의 실전배치(노동당 인도식)를 둘러싸고 여러가지 의문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실제 KN-25가 맞는지, 북한 주장대로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지, 왜 도색을 북한 지형과 관련이 없는 노란 사막색 계열로 위장했는지 등이다.
주요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기존에 공개한 핵탄두로는 KN-25에 핵미사일을 탑재하기 힘들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및 이를 탑재한 KN-25를 중앙아시아 및 중동 등의 반체제 세력이나 불량국가에 수출할 우려도 제기됐다. 그런 차원에서 위장색을 사막색에 가깝게 도색했으며 바퀴가 달린 차륜형이 아니라 궤도형으로 이동식발사대를 제작했다는 것이다.
◇핵탑재, 할 수 있나 없나
서울경제가 2일 우리 군 안팎의 주요 전문가 및 당국자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아직은 핵 탑재가 쉽지 않다는 쪽에 의견이 모였다.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KIDA) 북한전력연구실장(현역 대령)에 따르면 북한 주장대로 구경 600mm의 초대형방사포에 핵탄두를 탑재하려면 핵탄두를 감쌀 주변 부속 장치 등의 부피까지 감안할 때 핵탄두의 직경이 400mm 이하는 돼야 한다. 반면 북한이 2016년와 2017년도에 각각 공모양 핵탄두와 땅콩형태의 핵탄두는 직경이 이를 웃돌아 KN-25에서의 운용이 제한될 것이라는 게 이 실장의 진단이다. 그는 공모양 핵탄두의 직경은 약 600~800mm, 땅콩형태의 핵탄두는 약 700mm정도로 추정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당국자도 “북한이 공개한 핵탄두 중에는 KN-25에 탑재 가능한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북한이 2017년 핵탄두를 공개한 지 5년 이상 지난 만큼 그 사이에 600mm급 발사관에 넣을 수 있도록 핵기폭장치 등을 더 소형화 한 설계를 개발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북한은 아직 한층 소형화·경량화한 핵탄두 개발 완성에 목표를 둔 7차 핵실험 등을 감행하지는 않았다. 이 실장은 “핵기폭장치만 소형화해 실험하는 것이라면 굳이 지하갱도에서 핵실험을 할 필요는 없다”며 “신형 기폭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만 보려면 핵물질 없이 야외에서도 폭발 시험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만약 600mm급 KN-25에 넣을 수 있는 소형 핵탄두라면 1킬로톤(kt) 가량의 위력을 낼 수 있어서 우리 공군기지를 비롯한 주요 시설들을 복구불가능한 수준으로 파괴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지하 핵실험 없이 기폭장치 실험만으로 핵탄두를 개발·제작할 때, 실전에서 핵물질이 제대로 증폭·분열해 목표한 수준의 위력 등을 낼 수 있게 될 지는 확신할 수 없다. 따라서 기폭장치 야외 실험만으로 소형 핵탄두를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이후 성능 검증 차원이나 대외 공표 차원에서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북한 지형과 다른 사막색 도색 의미는
북한이 노동당에 30문을 인도했다며 새해 첫날 사진으로 공개한 방사포들이 600mm구경의 KN-25가 맞는지 여부도 의문이다. 북한이 2019년 8월 공개한 600mm급 KN-25는 4개의 발사관 및 8개의 바퀴(4축)의 차륜형 이동식발사대로 구성돼 있다. 2020년 3월에는 400mm급 KN-25를 공개했는데 6개 발사관 및 궤도식 바퀴를 단 궤도형 이동식 발사대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600mm KN-25사진은 차륜형이 아닌 궤도형 이동식 발사대에 6개 발사관이 달려 있는 형태다. 익명을 요청한 군 출신의 소식통은 “북한이 600mm급 KN-25를 발사관 4개, 5개, 6개 짜리의 3가지 모델로 개발했고 이동식발사대는 차륜형 형태였는데 이번에 6개 발사대에 궤도식 발사대로 바꾼 것은 북한이 무기체계 경로 상에서 최적화하는 작업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위장도색을 황색 계열의 사막색으로 칠한 점도 주목된다. 이 실장은 “북한의 지형 특성상 사막색은 위장색으로 맞지 않고 초록색 계열이 더 적합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막색으로 도색한 것은 해외 수출을 겨냥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사막지형 등이 분포한 중앙아시아, 중동 지역 등의 바이어를 염두에 둔 위장색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에 북한은 방사포를 주로 평지에서 쏘기 때문에 차륜형 이동식발사대를 쓰는데 이번에 공개된 KN-25가 궤도형 이동식발사대를 쓴 점 역시 사막지형 등이 있는 지역의 바이어를 고려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실장의 분석대로라면 북한이 중앙아시아 및 중동 등의 반체제세력이나 불량국가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단거리탄도미사일급 다연장로켓포를 수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한반도를 넘어서서 국제적인 핵 비확산체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중앙아시아 등에는 중국에 저항하는 진영이 적지 않기 때문에 해당 핵무기가 중국을 위협할 수도 있다. 그동안 북한의 핵개발을 사실상 용인해왔던 중국으로선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