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해 경찰에 보완·재수사를 요청했으나 처리되지 못한 사건이 단 6개월 만에 1만 200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이 한꺼번에 몰려 경찰이 과부하가 걸린 데다 검사의 수사 지휘권 폐지로 수사를 독려할 동력마저 사라지면서 단순 미제 사건이 반기 만에 1500건가량 늘었다.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2년 가까이 지났으나 오히려 보완·재수사 사건 처리 속도만 늦어지는 모양새다.
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전국 검찰청에서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한 사건 가운데 미이행은 13%(9429건)로 집계됐다. 이는 단 6개월 만인 지난해 6월 말에 16.3%(1만 314건)로 885건이나 늘었다. 재수사의 경우 같은 기간 22.7%(1493건)에서 27.7%(2162건)로 5%포인트(669건) 증가했다. 보완 수사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 중 검찰이 추가 혐의 입증이 필요하다고 보고 수사 보완을 요청하는 절차다. 재수사는 검찰이 경찰에 불송치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라고 요청하는 것을 뜻한다. 두 절차는 모두 2021년 1월 1일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되며 검찰의 수사 지휘권이 폐지되자 대안책으로 제시됐다.
문제는 보완·재수사한 사건을 다시 검찰에 송치하기까지 기한이 정해지지 않아 ‘경찰에 사건이 다시 내려가면 하세월’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까지는 검사가 경찰에 통상 3개월 내 재송치하라고 수사를 지휘했다. 하지만 현재는 검사의 수사 지휘권이 사라지면서 ‘언제까지 송치하라’고 지시하지 못한다. 여기에 경찰에 급속도로 사건이 쏠리며 과부하가 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수사 범위가 주요 6대 범죄 등으로 한정되면서 나머지 수사가 전부 경찰에 몰렸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수치에 나타나는 것 이상으로 수사 지연 문제를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어렵고 복잡한 사건일수록 언제 다시 재송치될지 감감무소식이라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경찰에서 금방 재송치하는 사건은 간단한 절도나 주취 등이 상당수”라며 “사기 같은 경제 범죄들은 수사의 양이 많고 법리가 복잡해 더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도 “경찰이 현장 수사 전문가라면 검찰은 법리 전문가”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경찰과 검찰이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의논하며 수사했지만 지금은 검찰도 경찰도 서로 적극 나서 소통하기에는 불편해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검경협의체는 지난해 8월 법무부에 ‘경찰 보완 수사 3개월 시한’ 규정 신설 방안을 권고했다. 법무부는 당초 같은 해 9월께 구체적인 안을 내놓을 방침이었으나 행안부 경찰국과의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초동의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무부가 지난해 9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을 내놓으며 경찰 수사 부담이 다소 줄어들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결국 수사가 장기화하며 피해를 보는 건 국민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