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일부 지역까지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규제지역 해제에 나섰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새해 초부터 보다 과감한 규제 완화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남아 있는 규제지역은 서울과 경기 과천시, 광명시, 성남시(분당·수정구), 하남시 등이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이들 5곳을 제외하고 전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당시에도 노원구 등 서울 일부 외곽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정부는 “서울마저 규제지역에서 제외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한 달 반 만에 정부가 입장을 바꾼 것은 집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서울을 규제지역에서 풀지 않으면 규제 완화 효과가 제한적이고 얼어붙은 매수심리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으로 최근 3개월(9~11월)간 서울 주택가격은 평균 2.59%, 경기도는 3.68% 하락했는데 규제지역으로 묶인 광명(-6.85%), 하남(-4.36%), 과천(-3.75%)은 평균 또는 그 이상 하락했다. 12월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주간 단위 아파트 값은 하락 폭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시무식에서 “부동산 거래 단절이 경제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부동산 금융 정책을 섬세하고 치밀하게 펼쳐 나가겠다”고 언급하며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서울도 규제 해제 시 집값 상승 우려가 있는 강남 3구와 대통령실 이전과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용산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규제지역에서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노원구는 지난 3개월간 집값 하락 폭이 5.47%로 서울 평균의 2배가 넘고 도봉구(-4.11%)도 그다음으로 하락 폭이 컸다. 강북구와 성북구·중랑구·금천구·구로구 등지도 2% 이상 하락하고 있다.
다만 강남 3구는 현재 송파구(-3.69%)의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지만 규제 해제 대상에서는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윤지해 부동산 R114 팀장은 “강남 3구의 주택 가격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상위 1%의 고소득자만 넘볼 수 있는 상징적 지역”이라며 “만약 정부가 강남 3구마저 규제지역에서 뺀다면 가진 자를 위한 규제 완화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