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 사건을 4일 검찰로 넘긴다.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이씨에게 강도살인 및 살인, 사체 은닉, 절도, 사기,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송치한다고 4일 밝혔다.
이씨는 이날 일산동부경찰서에서 이송되는 과정에서 "피해자 유가족에게 할 말 없냐"는 취재진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취재진이 "무엇이 죄송하냐"고 다시 묻자 이씨는 "살인해서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이어 "추가 피해자는 없느냐"는 질문에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송치 과정에서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된 이씨는 외투에 달린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한 채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이씨가 자신의 얼굴을 적극적으로 감추면서 그의 실제 얼굴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이씨의 운전면허증 사진이 실제 모습과 달라 신상공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거셌다.
경찰은 당초 동거녀와 택시 기사에 대한 '살인' 혐의를 적용하려 했지만, 택시 기사를 살해할 당시 이씨의 재정 문제 등 전반적인 정황을 토대로 '강도살인' 혐의를 추가했다.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 5년 이상의 징역의 처벌을 받을 수 있고 강도살인죄를 저지른 사람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의 처벌을 받아 죄가 더 무겁다.
이씨는 지난해 8월 7∼8일 사이 파주시 집에서 동거하던 50대 여성을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11시께 음주운전으로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60대 택시 기사를 같은 집으로 데려 와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이씨는 두 건의 범행 직후 모두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대출을 받아 약 7000만 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넘긴 뒤에도 이씨에 대한 수사를 이어간다. 특히 이씨의 파주시 집 등에서 확보된 혈흔과 머리카락 등에서 검출된 남성 1명, 여성 3명의 DNA 신원 대조 작업에 관심이 쏠린다. DNA가 검출된 집을 방문한 여성들은 현재 여자친구, 잠깐 교제했던 여성, 청소도우미, 이씨의 어머니 등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여러 증거와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추가 범죄 피해자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전날 오후 이씨 동거녀 시신의 매장지로 추정되는 파주시 공릉천변 일대에서 수색 작업을 진행한 데 이어 이날도 수색을 재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