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 당국이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 핵심 자회사의 대규모 증자를 승인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금융 당국을 공개 비판한 뒤 2년 넘게 중단된 앤트그룹의 홍콩 증시 상장도 허용됐다. 경기 회복이 다급해진 당국이 플랫폼 기업의 규제를 완화하려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충칭지부는 지난해 12월 30일 충칭앤트소비자금융의 자본금을 80억 위안에서 185억 위안으로 확대하는 안을 승인했다.
차이신은 충칭앤트가 증자 계획을 밝힌 지 한 달 반 만에 당국의 승인을 받은 것은 플랫폼 경제 발전에 대한 당국의 의지를 반영한다고 전했다. 이번 자본 조달로 앤트그룹의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충칭앤트는 중국 최대 전자결제 서비스인 즈푸바오(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그룹의 소액 대출 업무를 맡은 자회사다. 앤트그룹은 늘어나는 자본금 105억 위안의 절반인 52억 5000만 위안을 출자해 50%의 지분을 유지한다. 알리바바는 2021년 12월에도 충칭앤트의 자본금을 300억 위안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당국의 핀테크 규제 압박으로 자본 증자에 나서지 못했다.
앤트그룹의 홍콩 증시 기업공개(IPO)도 은보감회의 승인을 받았다. 앤트그룹은 당초 2020년 11월 370억 달러 규모의 IPO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그해 10월 마윈이 당국의 핀테크 규제를 비판한 후 상장이 중단된 바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를 비롯한 핀테크에 대한 규제 수위를 낮추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올해 일자리 창출, 글로벌 경쟁 및 디지털 경제 발전을 주도하는 인터넷플랫폼 기업의 역할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텐센트가 블록버스터 게임 허가(판호)를 받은 것도 규제 완화의 신호로 해석된다.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마윈은 최근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12월 31일 마윈공익재단에 따르면 마윈은 이 재단에서 진행된 ‘우수 농촌 교사들과의 만남’ 행사에 참석했다. 마윈공익재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마윈은 행사의 모든 과정을 온라인으로 참여했다”며 “그는 이 행사에 불참한 적이 없으며 가능한 한 빨리 여러분과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2년여 만에 모습을 나타낸 마윈의 경영 복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당국의 규제 완화 움직임으로 이날 홍콩 증시에서 알리바바홀딩스 주가는 장중 8% 넘게 올랐고 텐센트도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