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끈질긴 ‘프리덤 코커스’ 반란… 6차례 재투표에도 美 하원의장 공백

美하원, 이틀째 재투표에도 의장 선출 실패

100년만의 하원 지도부 부재

트럼프의 매카시 지지 당부에도 강겯파는 불변

공화 분열 이어져…의회 공전 사태 장기화 우려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4일(현지 시간) 하원의장 선출 6차 투표 결과가 집계되고 있다.EPA연합뉴스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4일(현지 시간) 하원의장 선출 6차 투표 결과가 집계되고 있다.EPA연합뉴스




미국 하원이 4일(현지 시간) 본회의를 열고 이틀 연속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재투표를 실시했지만 여전히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한 채 사흘 째 하원이 공전할 예정이다.

이날 본회의에서 전날 3번의 투표에 이어 4·5·6차 호명 투표가 진행됐지만 공화당 내 반란표가 이어진 결과 어느 의장 후보도 과반(218표)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현재 공화당은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를, 민주당은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를 각각 후보로 추천했으며 공화당 강경파는 별도로 바이런 도널드 의원을 후보로 내세웠다. 이날 매카지 원내대표는 201표를 얻는 데 그쳤고 민주당 전원의 지지를 받은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212표를, 도널드 의원은 20표를 얻었다. 심지어 매카시 원내대표의 경우 전날 그에게 찬성표를 던졌던 빅토리아 스파츠 공화당 의원이 이날 지지를 철회해 되레 득표 수가 줄었다.



하원은 6차 투표를 마친 뒤 정회에 들어갔다. 당초 이날 저녁 회의를 다시 열고 7차 투표를 이어갈 방침이었지만 매카시 원내대표가 “오늘 밤 투표가 생산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뒤 공화당이 휴회 투표를 주도한 결과 내일 정오까지 휴회가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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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매카시를 지지하는 공화당원들은 그를 미 하원의장으로 만들기 위해 비공개적으로 정신없이 일하고 있다”며 강경파 의원들과의 물밑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매카시 원내대표를 압박하고 있는 20명의 의원들은 공화당 내 극보수·우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이 대다수다. 이들은 바이든 정부에 대한 고강도 견제를 위해 의사규칙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다. 매카시 원내대표 측은 강경파와 각각 2명씩 협상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절충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SNS로 매카시 원내대표에 대한 지지와 공화당의 단결을 당부했음에도 강경파가 큰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은만큼 설득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강경파를 대체할 ‘플랜 B’로 민주당과도 비공식 접촉 중이라고 CNN이 보도했다. 하원 의장 당선 요건이 ‘재적 의원수’가 아니라 ‘유효 투표수’의 과반인 만큼, 민주당 의원들이 아예 투표에 불참하거나 참석하더라도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는 방식으로 과반 요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의 협조를 얻는 대가로 공화당이 회기 시작부터 상당한 수준의 양보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매카시 원내대표를 구원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초당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보에게는 도움에 나설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여유 있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분열로 본격적인 의회 가동의 ‘첫 단추’인 하원의장 선출이 지연되며 출범 이틀째가 되도록 하원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그 뒤를 이을 의원 선서 및 상임위 위원장 임명 절차등도 줄줄이 밀린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의장이 없으면 미국 하원은 본질적으로 쓸모없는 존재”라며 “의원 선서 없이는 어떤 비상사태나 위기에 대응할 국회의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의원 당선자만 있을 뿐이다. 어떤 법안도 통과되지 못하며 결의안 채택도 이뤄지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날 켄터키를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하원 의장 선출 지연과 관련, "나라를 위해 부끄러운 일"이라며 "당파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의회가 기능하지 못하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우리는 이미 제도에 대한 공격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것 때문에 더욱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장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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