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포함한 비행금지구역(P-73)을 통과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안보 라인에 대한 경질론이 정치권에서 분출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인적 쇄신에 선을 그은 지 사흘 만에 군 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진 것이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책임론을 일축하면서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일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북한 무인기 사태와 보고에 대한 진상 파악에 돌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감찰 등도) 종합 검토하겠다”며 “군이 전비 태세 검열을 자체 진행 중이니 최종 결과부터 보겠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지난해 12월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5대의 행적과 관련해 “대통령 경호 구역을 위해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최종 확인한 결과 서울을 포함한 비행금지구역에 무인기 1대가 침범한 사실이 확인됐고 4일 윤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알고 있는 사항과 다르니 바로 공개하고 알려드리라”며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에게 들어간 보고도 번복되면서 안보와 보고 태세에 허점이 노출됐다.
야당은 안보 라인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용납할 수 없는 초대형 안보 참사”라며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내각과 대통령실을 전면 개편하고 국정운영을 쇄신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임시국회를 열고 북한 무인기 침범에 대한 긴급 현안 질의와 청문회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이 2일 국무회의에서 “괜한 소문(인적 개편)에 흔들리지 말라”며 장관과 참모들을 다잡았는데 사흘 만에 다시 인적 쇄신 요구에 직면한 셈이다.
윤 대통령이 진상 파악 후 인적 쇄신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군 당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다. 지난해 동쪽으로 쏜 미사일이 민가 인근에 떨어지는가 하면 KF-16 전투기가 정비 불량으로 초계 임무 중 추락하는 등 납득하기 힘든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방부가 최초와 다른 보고를 하면서 대통령이 질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인적 쇄신론에 대해서는 일단 일축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이 원하는 청문회 정국에 빨려 들어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