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최근 40년 동안 가장 빠르고 광범위하고 중요한 경기 주기 중 하나에 들어서 있습니다. 양적 긴축의 영향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 유동성이 빠르게 거둬지고 있는 만큼 올해는 현금과 국채 등 전통적인 피난처가 안전할 것입니다."
맥쿼리자산운용그룹(Macquarie AsManagement·MAM)의 글로벌 채권 부문을 이끄는 브렛 루스웨이트(Brett Lewthwaite) 최고투자책임자(CIO)는 5일 서울경제신문 시그널과 한 인터뷰에서 "올해 투자자들은 더 많은 자본 비용, 더 높은 변동성, 더 큰 불확실성, 상승한 자산 가격의 하락 가능성이라는 불편한 현실에 직면했다"며 “국채와 현금 비중을 늘려 위험 자산의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맥쿼리자산운용그룹 채권부문은 뉴욕과 런던, 필라델피아, 시드니 등 글로벌 4개 주요 투자 중심지에서 글로벌 채권 전략과 포트폴리오를 통해 약 1900억 달러(약 241조) 이상 운용하고 있다.
브렛은 올해 어느 때보다 빠르고 불확실한 거시 경제 환경에 진입한 만큼 높은 신용등급 내에서 방어적인 투자 전략을 짜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새해 달러 강세가 다시 이어지며 미국 국채의 인기가 다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그간 달러 강세는 미국과 타국의 금리 차 확대에 따른 것이었지만,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안전자산 선호를 이유로 글로벌 자산이 미국에 다시 몰릴 것"이라며 "특히 채권 수익률이 거의 15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크게 상승하면서 위험 자산에 대한 보호와 함께 매력적인 투자처가 됐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 수요가 급감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신흥국, 특히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실제로 지난해 시장 침체로 외화 조달을 중단한 많은 국내 기업들은 올해 채권 발행을 재개할 계획이다. 연초 SK하이닉스와 포스코가 3·5·10년 만기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계획을 연기한 한화생명과 하나·신한은행 등도 발행 시점을 재검토하고 있다. 브렛은 "하이일드 및 신흥국 채권에 대해 아직 신중한 전망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익률과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한국 금융사들의 채권을 유망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말 시장을 뒤흔든 흥국생명의 영구채 콜옵션 해프닝에 대해서도 "아시아 시장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컸지만 글로벌 고금리 추세에 따른 경제적 결정이라고 봤다"며 "투자 프로세스에 콜옵션 미행사 가능성을 포함시키고 있는 만큼 이같은 해프닝이 한국 회사들이 발행하는 영구채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에 대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인 2%에 약간 못 미치는 1.8% 안팎으로 전망했다. 그간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견인한 반도체 수출이 크게 쪼그라들면서 무역흑자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 모멘텀이 둔화되면서 정책금리는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브렛은 "인플레이션은 5% 이상에서 3%로 현저하게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여전히 장기 평균보다 높은 가운데 성장 모멘텀이 둔화돼 한국은행의 정책금리는 현재 수준인 3.25% 안팎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