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매운 음식 잘 먹어야 '인싸'?…새해에도 '매운 바람'

영국남자 조쉬의 '매운 음식 도전기' 등으로 열풍

농심 등 신라면 3배 매운맛 출시…인기 계속될 듯

"위벽 얇아지고 위염·위궤양 발생 위험 높아져"


'맵찔이, 맵고수, 맵린이, 맵부심'

매운 음식을 잘 먹는 사람과 못 먹는 사람 등을 두고 만들어진 신조어들이다.



엽기 떡볶이와 불닭볶음면, 마라탕 등이 국내에서 유행하면서 소위 MZ세대들 사이에서는 단계가 높아질수록 점점 더 매운맛이 강해지는 음식을 먹는 것에 도전하는 챌린지 문화까지 생겨났다. 매운 음식을 잘 먹을수록 '인싸(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사람을 이르는 말)'가 되고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면 '맵찔이('맵다'와 '찌질이'를 합쳐서 만든 신조어로 매운맛에 약한 사람을 칭하는 용어)'가 된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시리즈. 사진=삼양식품 제공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시리즈. 사진=삼양식품 제공




이러한 유행을 반영해 식품외식업계도 적극 마케팅에 나섰다. 한국에 거주하는 영국인 유튜버 '영국남자'의 매운 음식 도전기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매운 단계와 종류에 따라 10가지가 넘는 맛으로 제품을 출시했다. 엽기떡볶이는 중독성 있는 매운맛으로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으며 전국 각지 540여 개의 가맹점을 보유한 떡볶이 전문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운음식 열전은 2023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심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은 조합을 적용한 '신라면 제페토 큰사발'을 한정판으로 출시한다. 신라면 제페토 큰사발은 스코빌지수가 6000SHU으로 기존 신라면 큰사발의 3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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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알볼로는 극강의 매운맛을 자랑하는 ‘쏘핫피자’를 새롭게 출시한다. 쏘핫피자에 사용되는 쏘핫소스는 스코빌 지수 9298(3단계 기준)로 불닭볶음면(스코빌 지수 4400)의 두 배의 맵기를 가지고 있다.

밀키트도 매운맛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hy의 ‘어남선생 매운마라면’은 중국 사천지방의 향신료인 마라를 이용해 만든 특제소스로 알싸하게 매운 마라를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게 구현했다. 소고기와 닭 육수에 고추장과 고추기름으로 감칠맛을 더했다.

매운 음식을 많이 먹다보면 위가 자극돼 위벽이 얇아지고 위염·위궤양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사진=이미지투데이매운 음식을 많이 먹다보면 위가 자극돼 위벽이 얇아지고 위염·위궤양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유독 매운 음식이 생각난다고 말한다.

이는 고온을 감지하는 수용체 ‘TRPV1’에 의한 영향으로, ‘TRPV1’은 고추, 마늘, 후추 속 캡사이신, 알리신, 피페린등에 의해서도 활성화된다.

매운 음식을 먹고 TRPV1이 활성화되면, 고온에 노출되지 않았음에도 뇌에서 이를 뜨겁고 위험한 신호로 인식해 고통을 줄이고 쾌감을 느끼게 하는 엔도르핀을 분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매운 음식을 먹은 뒤 기분이 좋아지는 건 일시적인 현상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매운 음식을 많이 먹다보면 위가 자극돼 위벽이 얇아지고 위염·위궤양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피부질환자가 매운 음식을 지나치게 먹으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혈관이 확장되고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매운 맛이 압축된 초가공식품으로 인해 우울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플로리다애틀랜틱대 연구팀은 18세 이상 1만 359명을 대상으로 초가공식품 섭취와 우울증 사이 연관성을 분석했다. 실험참여자는 24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초가공식품을 먹었는지 기록했으며, 우울증 선별 도구(PHQ-9)로 우울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하루 섭취량의 80%를 초가공식품으로 섭취하는 집단은 20% 미만으로 섭취하는 집단보다 우울증 위험이 1.81배 높았고, 불안 증상은 1.19배 더 자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초가공식품 안에 들어있는 인공 감미료 등이 체내 염증이나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등 병태생리학적인 변화를 일으켜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김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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