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2% 물가고집은 횡포, 침체만 앞당길 것"…경제석학 인플레 못 잡는 연준에 쓴소리

■2023 전미경제학회

퍼먼 본지와 대화서 "3%로 조정"

로머 교수도 "과잉 긴축 우려 커"

스티글리츠 "2% 고집땐 큰 대가"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


금리가 전 세계 경제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이 학계의 화두에 올랐다. 전미경제학회(AEA) 2023에서는 고물가로 연준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현재 2%인 인플레이션 목표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서울경제와의 즉석 대화에서 “연준이 물가 목표를 고집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퍼먼 교수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2%까지 낮추기 위해 긴축적인 통화 정책을 고집한다면 고용 등 경제에 미치는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며 “2%가 아니라 3%로 목표선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 기간 당시 오바마 경제팀의 핵심 자문역으로 활동했던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도 “통화 정책의 시차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연준이 인플레이션 2%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 긴축을 유지하는 것이 불필요한 생산 축소(경기 둔화)를 일으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로머 교수는 더불어 “연준은 2% 인플레이션 타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현재 물가는 더 높다”며 “이는 연준의 신뢰도에 큰 손실을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2% 물가를 고집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신뢰도 문제, 중기적으로는 과잉 긴축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연준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경제 전망에 따르면 연준이 정책 기준으로 삼는 근원(에너지·농산물 제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올해 3.5%, 내년 2.5%를 거쳐 2025년에야 2.1%로 떨어진다. 이는 2025년은 돼야 물가가 연준의 인플레이션 타깃 근처에 도달한다는 뜻이다. 로머 교수는 “만약 인플레이션 타깃을 올려야 한다면 (물가가) 새 목표치 아래에 있어야 할 것”이라며 “나는 인플레이션 타깃이 2.5%나 3%가 더 낫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2% 물가 목표에 대해 “완전한 횡포이며 2%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일반 가계와 기업에) 더더욱 심한 횡포”라고 비판하며 “2%에 빨리 도달하려는 행보는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초과 수요가 아닌 공급 문제로 본다. 초과 수요로 보이는 영역이라도 지난해 미국 분유 사태 등에서 보듯 본질적으로는 공급이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스티글리츠 교수의 진단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공급 문제를 해소해야 하는데도 (연준이) 긴축적인 통화 정책으로 기업 투자를 억눌러 오히려 공급이 늘지 않는 효과만 내고 있다. 지금의 통화 정책은 현재의 경제 상황에 적합한 도구가 아니다”라며 긴축 정책의 전면 전환을 요구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 변경론에 대해 “연준이 근시일 내에 받아들이지는 않겠지만 이 같은 문제 제기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책 환경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뉴올리언스=김흥록 특파원·뉴올리언스=김영필 특파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