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스코 등 국내 기업이 말레이시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생산한 수소를 기반으로 ‘글로벌 수소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2027년께 이들 국가에서 생산한 수소를 액화천연가스(LNG) 혼소 등 발전용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한편 일부 수소는 암모니아(NH3) 형태로 변환해 일본 등에 수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원인 수소를 활용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고 향후 ‘에너지수출국’으로 도약한다는 각오다.
8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발전용 수소혼소 실증이 완료되는 2027년 무렵 해외에서 생산된 수요를 대거 들여와 국내 발전용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롯데케미칼 등이 수력발전을 활용하고 UAE에서는 한국전력·삼성물산 등이 태양광 등을 활용해 수소를 각각 생산할 방침이다. 이들 기업은 말레이시아에서 연간 60만 톤, UAE에서는 연간 20만 톤 수준의 암모니아를 들여와 수소로 전환한 뒤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수소 생태계가 아직 걸음마 단계인 만큼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생산한 수소의 소비처를 국내에 마련한 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관련 생태계를 주도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LNG 연료에 수소를 일부 섞어 발전하는 수소혼소 발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소혼소율이 30%일 경우 탄소저감률이 10%, 50%일 경우 21%, 80%일 경우 52%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석탄 발전에는 수소(H2)와 질소(N2)를 결합시킨 암모니아(NH3)를 투입해 탄소 배출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에 대못을 박은 ‘2030 NDC’ 목표를 달성하려면 원자력 외에도 수소 활용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이전 정부가 면밀한 검토 없이 2030년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무리한 목표치를 국제사회에 공표한 결과 철강·화학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은 2030년께 일부 공장 가동을 강제 셧다운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여지도 있다. 정부는 무탄소 전원이 수소를 활용해 발전 부문의 탄소 배출을 낮춘다면 산업 부문의 탄소 배출 부담을 일정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암모니아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추진 선박을 2026년까지 개발하고 2029년에는 액화수소 운반선 건조를 통해 수소 운송 분야에서도 앞서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정부는 국내 수소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연내 청정수소에 대한 정의를 확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1㎏의 수소 생산에 5㎏ 미만의 탄소를 배출하는 수소를 청정수소로 정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1㎏의 수소 생산시 4㎏ 미만의 탄소 배출을 청정수소로 분류하는 여타 선진국 대비 허들이 낮지만 우리 정부는 해외에서 수소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등을 감안하면 선진국 대비 보다 낮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 규정이 확정되면 원전을 활용해 생산한 수소도 청정수소로 인정받게 된다. 이전 정부와 당시 여당은 원전을 활용해 생산한 수소에 ‘황색수소’라는 이름표를 붙이며 수소경제에도 ‘탈원전 도그마’에 따른 기준을 적용한 바 있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으로 수소 생태계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