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 석학들이 올해 세계 경제에 전에 없던 변화와 불확실성을 예고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후폭풍은 단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데 그친 것이 아니다. 경제학자들은 올해 경기부터 인플레이션, 금리 향방 등에 이르기까지 ‘시계 제로’인 갈림길에서 기존의 경제 관점과 국제 질서의 낡은 법칙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세계가 변화의 시대에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6일(현지 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개막한 전미경제학회(AEA) 2023에서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바꿨다”며 “이제 경제가 장기 침체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2014년부터 미국 경제가 과잉 저축과 수요 부진, 민간투자 위축이 겹쳐 장기 침체되는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팬데믹을 겪으면서 8년 만에 자신의 관점을 거둬들였다고 밝혔다.
대신 세계 경제가 앞으로 ‘고금리·고부채·고물가’의 3고(高) 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서머스 전 장관은 강조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미국과 전 세계 국가들의 정부 부채가 상당히 많이 쌓였고 앞으로 국가 안보와 친환경 정책, 교육 등에 대한 지출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부채가 증가할수록 실질금리도 상승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한 세계 경제와 안보 경쟁 속에 자유무역이 도태되고 기존 국제 질서가 붕괴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세계는 협력이 점점 어려워지는 신지정학 시대에 접어들었다”면서 “이전의 도구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무역 질서를 떠받치던 지성적·정치적 기반이 무너지면서 이제 새로운 질서를 찾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 국제 질서 규칙을 찾지 않는다면 갈등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대안적인 협력 체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팬데믹 당시 각국이 시행했던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이 미지의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을 지낸 크리스틴 포브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팬데믹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은 시스템 붕괴를 막았지만 부채 증가나 또 다른 버블 등 더 큰 위기가 올 가능성을 남겼다”면서 “이를 파악하고 대응할 시간이 다 떨어져간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