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가 지난해 4분기 초라한 성적표를 내놨는데도 주가가 급등세다. 증권가 역시 현재 주가는 LG전자의 모든 우려가 반영된 수준이며 업황 개선이 머지않았다고 전망한다. 최악의 업황에서 성공적으로 재고 관리를 해냈으며 실적 개선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9일 오전 11시 8분 LG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4400원(4.85%) 오른 9만 5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LG전자는 업황 우려가 최악으로 치닫던 9월 말 7만 7200원까지 주가가 추락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바닥 수준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10만 원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6일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1조 8597억 원, 655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매출은 5.2% 증가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91.2%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LG전자에 대한 증권가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4000억 원 수준이었지만, 이를 크게 하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의 우려는 커졌다.
하지만 증권가의 반응은 달랐다. 우선 ‘어닝쇼크’는 LG전자가 아닌 LG이노텍 때문에 발생했다고 봤다. 연결 실적에 반영되는 LG이노텍에서 1000억 원 이상의 재고자산 평가일회성 비용 등이 반영되면서 전체 실적 수준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에서 성과급 진행 및 재고자산 평가손 등이 발생하면서 실적이 눈높이에 못 미쳤으나, LG전자의 실적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증권가는 LG전자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전방 수요가 둔화되는 최악의 시기를 지났다는 것이다. 특히 앞날을 어둡게 했던 재고 부담이 크게 낮아졌다고 보고 있다. 수요 회복 조짐이 아직은 보이지 않지만, LG전자의 적극적인 재고 관리 결실이 주가에 선반영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재고 축소를 위해 큰 비용을 수반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비용을 예상만큼 쓰지 않고도 재고를 성공적으로 정상화시켰다”며 “TV와 IT 부문 모두 재고를 정상 수준까지 축소시켰으며 가전은 정상 재고보다 낮은 수준까지 축소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전기장비(전장) 부문의 수익성 전망 여전히 화창하다는 점도 기대할 만하다. 증권가는 LG전자 전장 부문의 수주 잔고가 80조 원 수준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최근 흑자 전환에 성공한 전장 부문이 LG전자의 미래 먹거리인 만큼 추후 실적 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상당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 기준 전사 매출의 20%를 전장 부품이 차지하게 될 전망”이라며 “전기차 모터의 성장성은 물론이고 고부가제품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