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삼성에 갑질' 美브로드컴, 공정위 칼날에 '200억 상생기금' 내놨다

산업부·중기부 등 의견 수렴해 최종 확정

관련 매출 8400억… '기대 이하' 지적도

사진=로이터연합뉴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삼성전자(005930)에 갑질을 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은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200억 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조성한다는 내용의 자진 시정안을 내놓았다.

공정위는 브로드컴과의 협의를 거쳐 마련한 잠정 동의의결안을 공개하고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한다고 9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공정위의 조사·심의를 받은 사업자가 스스로 피해 구제 등 타당한 시정 방안을 제시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는 제도다.



앞서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부품을 판매하면서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3년간의 장기 계약을 강요한 혐의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았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가 자사 부품을 매년 7억 6000만 달러어치 이상 구매하고 미달 시 차액을 배상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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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컴은 공정위와 약 130일간 협의한 끝에 반도체 분야 상생기금 200억 원을 조성한다는 내용의 시정 방안을 마련했다. 앞으로 5년간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에 77억 원,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창업·성장 지원에 123억 원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반도체인재양성센터(가칭)’를 설립해 매년 150명씩 총 750명의 국내 대학생·대학원생, 재직자에게 2주~2개월 안팎의 반도체 데이터 수집·분석 또는 차량용 반도체 설계 교육을 제공하고 중소 팹리스를 위한 창업 지원 인프라와 검증·테스트 환경 구축을 5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갤럭시Z플립3, 갤럭시S22 등 지난해 3월 이전에 출시된 스마트 기기에 브로드컴의 관련 부품이 들어 있다. 심재식 공정위 제조업감시과장은 “장기 계약은 브로드컴이 자발적으로 시정해 종료된 상태”라며 “더는 거래가 없다 보니 고의로 기술 지원을 지연한다든지 삼성전자에 불이익을 제공할 가능성도 있어 명확히 못 박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10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관계 부처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반영해 최종 동의의결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공정위가 최종 동의의결안을 의결·확정하면 브로드컴은 과징금 등의 제재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브로드컴이 제시한 상생기금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의 장기 계약 기간 브로드컴의 관련 매출액은 7억 달러(약 8400억 원)를 웃돈다. 다만 200억 원 규모의 상생기금은 최대한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의 규모를 웃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앞서 네이버와 애플은 동의의결제도로 각각 1000억 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한 바 있다.


세종=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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