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묻고 더블로”…회사채 발행사들 연초 효과에 ‘들썩’

KT·포스코·이마트 등 발행 규모 2배 확대

새 해 유동성에 금리 고점 기대감도 영향

1월 첫주 9700억 수요예측에 11.8조 몰려





연초 기업들이 자금시장을 찾아 현금 비축을 늘리고 있다. 1월 첫째 주에만 무려 12조 원에 달하는 투자 자금이 회사채 시장에 쏟아지자 기업들도 시장 분위기를 타고 현금 방파제 쌓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년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KT와 포스코, 이마트, 연합자산관리 등은 모두 채권 규모를 기존 계획 대비 두 배로 늘려 최종 발행하기로 했다. 기관투자가들의 뭉칫돈이 쏟아지면서 예상보다 발행 금리가 크게 낮아진 덕분이다.

당초 1500억 원을 조달하겠다고 공시한 KT는 △2년물 400억 원 △3년물 700억 원 △5년물 500억 원 어치를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수요예측에서 2조8850억 원의 수요가 몰려 △2년물 700억 원 △3년물 1500억 원 △5년물 800억 원으로 발행 규모를 각각 늘렸다. 그럼에도 자금 조달 금리는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가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 대비 최대 61bp(1bp=0.01%포인트) 낮아졌다. 새마을금고중앙회와 국민연금을 비롯해 현대해상·메리츠화재 등 보험사와 자산운용사들의 공격적인 매수세가 쏟아진 덕분이다.

뒤이어 시장을 찾은 포스코도 투자자들에게 4조 원에 가까운 인수 주문을 받으며 2012년 공모 회사채 시장에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많은 자금이 들어왔다.



3500억 원 발행을 목표했던 포스코 역시 조달 규모를 7000억 원으로 확대했다. 수요가 가장 많았던 3년물 규모를 2000억 원에서 4500억 원으로 늘렸으며 5년물도 1000억 원에서 2000억 원으로 두 배 증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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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현금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던 지난해와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4분기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까지 벌어지자 회사채 시장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LG유플러스(AA)와 한화솔루션(AA-), JB금융지주(AA+) 등 우량 기업의 회사채마저 미매각이 발생하면서 시장의 투자 수요는 싹이 마른 듯 했다. 연초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던 기업들도 보수적으로 돌아섰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말까지만 해도 대부분 발행 물량을 최소화하고 채안펀드의 지원을 받아 수요를 채우자는 분위기였다"며 "시장 예상보다 연초 채권 매수세가 강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한 주 간 회사채 시장의 수요예측 규모는 9700억 원 수준이었는데 무려 12배가 넘는 11조8000억 원의 매수 자금이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말 178bp까지 치솟았던 회사채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차) 역시 12월 160bp선을 지나 연초 140bp선까지 빠르게 줄고 있다. 국채 대비 회사채에 대한 리스크를 낮게 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IB업계 관계자는 "연초 회사채 수요예측이 잇따라 대흥행하면서 채권 자금 유입세가 커지는 분위기"라며 "올 해 금리가 '상고하저'일 것이라는 전망도 기관들의 투자금 배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가산금리를 높게 붙이며 소극적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던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등 연기금들도 연일 금리를 낮춰 인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신용도가 낮은 비우량 기업들도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자금 조달을 준비 중이다. 신세계푸드와 하나에프앤아이가 이달 중순 각각 500억 원, 600억 원 규모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며 효성화학도 12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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