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63% 오른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08%, 0.34% 떨어졌는데요.
시작은 좋았습니다.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인플레이션 둔화와 금리인상이 곧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급락했습니다. 달러인덱스도 한때 103을 아래로 뚫고 내려가 102.9선까지 추락했는데요. 이들 요인이 기술주 상승에 도움이 됐죠. 나스닥만 해도 장중 2.1% 넘게 치솟기도 했습니다. 시장의 연착륙 기대감도 한몫했는데요.
하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나오면서 상승폭을 크게 줄였습니다. 종목별로는 개인투자자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는 테슬라가 5.93% 상승했는데요. 오늘은 인플레이션 기대 자료와 함께 어닝, 증시 전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뉴욕 연은, 1년 인플레 기대 -0.2%p·지출 전망 -1%p”…“시장의 인플레 둔화 기대 너무 나갔다” 지적도
우선 이날 시장 분위기에 도움을 준 인플레이션 기대부터 보죠.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이날 내놓은 설문 결과를 보면 1년 뒤 인플레이션을 점치는 1년 인플레 기대 중앙값이 12월에 0.2%포인트(p) 하락한 5.0%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21년 7월 이후 최저치인데요.
구체적으로 보면 주택서비스 물가의 핵심인 렌트비의 1년 뒤 전망치가 9.6%로 11월(9.8%)보다 조금 낮아졌습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7월(10.9%) 이후 떨어지는 추세인데요. 어느 정도 고무적인 부분이죠. 휘발유값 전망치도 낮아졌는데요.
반면 3년 인플레이션 기대는 3.0%로 변함이 없었고 5년 인플레 기대는 0.1%p 오른 2.4%였습니다. 중장기 인플레 기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지만 최근 5년·10년 브레이크 이븐 레이트(BEI)가 2.2% 수준으로 연준의 인플레이션 타깃(2%)과 비슷하지요.
지금으로서는 미시간대 인플레이션 기대도 크게 문제는 안 되는 수준입니다. 현지 시간 13일에 나올 미시간대 인플레이션 기대는 11월과 같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날 오후1시20분 현재 집계치 중앙값이 1년이 4.4%로 전달과 같습니다. 연준이 중요하게 보는 5년 이상은 2.9%로 이 또한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오는데요. 더 떨어지는 게 좋겠지만 장기 인플레가 잘 고정돼 있다는 것만으로도 연준은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겁니다.
12월 CPI 전망치도 시장에 희망을 주는데요. 블룸버그 조사를 보면 에너지와 농산물을 포함한 헤드라인 CPI가 전년 대비 6.5%로 11월(7.1%)보다 0.6%p 낮아지는 걸로 나옵니다. 예상치 범위는 6.3~6.8% 수준인데요. 전월 대비로는 0.0%로 물가가 오르지 않음을 보여줄 수도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11월에는 0.1%였죠.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CPI의 경우 전년 대비 5.7%(11월 6.0%), 전월 대비 0.3%(11월 0.2%)인 것으로 나옵니다. 중요한 것은 실제 수치가 어떻게 나오느냐인데 시장은 이런 전망치를 바탕으로 기대를 걸고 있는데요. 재니 몽고메리 스콧의 댄 완트로브스키 기술 전략가는 “임금상승률 완화가 트레이더들에게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공격적인 입장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줬다”고 했습니다.
실제 지난 주 12월 고용보고서 이후 최종금리 전망치는 약 5.06%에서 5% 미만으로 내려왔는데요. 연준이 5.1%를 제시하고 있지만 말이죠.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2월 0.25%p 기준금리 인상 확률이 79.2%로, 4.75~5.00%까지 오른 뒤 11월부터 다시 하락한다는 베팅이 가장 많습니다.
이날 국채금리가 한때 연 3.51%까지 떨어지고 달러약세가 나타난 것도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으며 최종금리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었는데요. 최근까지 경기침체 우려가 시장의 피벗(Pivot·금리인하) 가능성을 키우는 근거였는데 소프트랜딩(연착륙) 가능성이 급부상한 뒤로는 최상의 시나리오인 노동이 버티면서 인플레이션이 내려가 더 낮은 금리를 예상한다는 논리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금리인하를 점치는 건데요.
하지만 섣부른 정책전환 기대는 리스크가 큽니다. 모건스탠리 E트레이드의 크리스 라킨은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대응은 올해 내내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봤는데요.
RBC 글로벌 자산운용의 미국 채권 헤드인 안드레이 스키바는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3.6%를 밑돌고 있는 반면 연준은 최종금리가 5%가 넘을 것이라고 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너무 빨리, 너무 멀리 움직였을 수 있다”고 우려했죠.
“데일리·보스틱 한목소리, 기준금리 5% 이상으로 갈 것”…“연준, 금융여건 급격히 완화할 때마다 시장에 메시지 던질 것”
이날 연준 인사들이 움직였습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궁극적인 수준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했는데요.
이는 인플레이션이 예상 외로 크게 급락한다면 덜 올릴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최소 5% 이상이 마지노선이며 데이터가 안 좋으면 더 많이 올릴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는 2월에 0.25%p와 0.5%p 카드가 모두 있다고도 했는데요.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이날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누그러뜨리는데 전념하고 있으며 이는 기준금리가 5~5.25%로 가는 것을 보장한다"며 “5% 이상을 아주 오래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다만 그는 금리인상폭을 낮추는 것이 통화정책 시차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며 12일에 나오는 CPI 데이터가 금리인상 규모를 0.25%p로 낮출지를 정할 수 있다고 했지요.
두 사람의 말은, CPI에 따라 2월에 0.25%p만 인상할 수 있지만 기준금리가 5% 이상으로 가니까 오판하지 마라는 얘기입니다. 금요일에 이어 이날도 시장이 랠리를 하는 와중에 나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연준의 사정에 정통한 월가의 한 관계자는 “연준은 금리인상을 지속할 것”이라며 “최종금리에 가까워지면서 상하방 리스크를 모두 들여다보겠지만 금융여건이 근거없이 완화할 경우 정책적인 소통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정책적 소통이라는 게 별다른 것이 아닙니다. 결국 이날처럼 나와서 시장에 경고를 하는 건데요. 그동안도 때마다 나와서 한번씩 얘기했지만 앞으로도 한동안 그럴 거라는 얘기죠.
중요한 것은 인플레 하락 기대도 기대지만 소비에 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죠. 다시 뉴욕 연은 자료를 보면 1년 인플레 전망치 하락과 함께 1년 뒤 가계지출 예상도 낮아졌습니다. 12월 예상치가 5.9%로 11월(6.9%) 대비 1%p 급감했는데요. 12월 수치는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낮습니다. 즉, 미 국민들이 1년 뒤 인플레 수준이 낮아질 것이라고 보면서도 소비도 함께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수요 둔화는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로 가는 길이기도 하지만 지출 전망치가 지난해 5월(9.0%)을 정점으로 빠르게 내려오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겠습니다. 하락세가 뚜렷한데요. 상대적으로 강한 고용이 소비를 당분간 떠받쳐주겠지만 이와 별도로 가계심리 위축이 경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소비가 적당히 위축해야지 과도하면 경기침체를 피할 수 없지요.
연준에 따르면 미국 개인들은 11월 중 279억 달러의 신용대출을 받았는데요. 팩트셋 전망치(250억 달러)를 웃돕니다. 대출이 많다는 건 초과저축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여유가 없어진다는 뜻이고 대출증가에서 한 단계 더 나가면 소비급감이 올 수 있습니다. 돈을 계속 빌려쓸 수는 없으니까요.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합니다.
사실 주말을 거치면서 소매업체의 실적 우려가 커졌는데요. 이날 룰루레몬은 4분기(2022. 11~2023. 1) 총마진이 0.2%p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을 수정, -1.1%p로 바꿨는데요. 주가가 9.29% 폭락했습니다. 웨드부시 증권의 톰 니키는 “소매업체들은 재고관리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룰루레몬도 예외는 아니”라며 “앞으로는 감소하는 총마진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이 기간은 북미 소비의 최대 대목인 연말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마진이 줄어든다는 것은 소비감소와 재고떨이에 이익을 희생시켰다는 의미가 되죠. 인기 브랜드인 룰루레몬의 상황은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데요.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더라도 연준의 5% 이상 기준금리와 최종금리 오래 유지, 소비둔화는 침체로 가는 길일 수 있다는 점을 늘 한쪽에 갖고 있어야겠습니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도 전미경제학회(AEA) 2023 행사에서 올해 완만한 경기침체와 5% 이상의 기준금리, 금리인하를 상당히 꺼리는 연준을 예측했었죠.
“향후 증시, 국채금리와 어닝이 중요”…“시장 분위기 비관론서 긍정론으로 vs 증시 지금부터 22% 추가 하락 가능”
메이시스도 비슷한 그림을 보여줍니다. 지난 6일 장마감 후 메이시스는 분기 판매가 81억6000만 달러~84억 달러 중에서 중간 아래쪽이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단순 계산하면 82억8000만 달러가 중간인데 그 이하라는 뜻이겠죠. 야후파이낸스는 “애널리스트들은 83억1000만 달러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다”며 “메이시스는 연말 시즌에 판매(소비)가 신통치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올해 상반기 수익에도 경보를 울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메이시스 주가도 이날 7.68% 빠졌는데요.
모건스탠리의 킴벌리 그린버거는 “그동안 소매업체들이 지속적으로 분기 실적이 감소해왔다는 점만으로도 4분기 매출과 어닝이 생각보다 낮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소매업체들의 재고수준은 여전히 높고 마케팅 활동을 줄어들 수 있어 마진을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 때문에 국채금리와 함께 어닝이 중요하다는 얘기들이 나오죠.
기술주만 해도 그렇습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월가는 올해 S&P500 기업의 어닝이 2% 성장할 것으로 보는 반면 기술부문은 -2.2%가 될 것이라고 점치는데요. 기술주가 여전히 비싸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스튜어드 파트너스 글로벌 어드바이저리의 에릭 베일리 매니징 디렉터는 “연준이 금리인상을 더 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에 기술주는 조심해야만 한다”고 했는데요.
반대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날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속도가 둔화할 경우 기술주가 선전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는데요. 크리스 자카랠리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적어도 앞으로 6~8개월은 더 활동할 것”이라면서도 “궁극적으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한다면 기술주가 시장을 선도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반면 약세론자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은 이날 증시가 지금부터 22% 추가 하락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현재 기업의 이익 추정치가 너무 높으며 완만한 경기침체를 가정할 경우 S&P가 3500~3600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며 “바닥은 지금보다 약 22% 낮은 3000 주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는데요.
12월 고용보고서로 침체 가능성이 낮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침체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죠.
다만, 현재 시작이 괜찮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CFRA의 샘 스토발은 “1월에 상승하면 그 해 전체가 좋았던 게 87%다. 평균 수익률이 15.9%”라고 기대했는데요.
하지만 상황이 복잡합니다. 마크 해켓 네이션와이드의 투자연구수석은 “시장의 눈이 이번 주 CPI와 기업어닝 시즌, 다음 달의 연준 회의로 몰릴 것”이라며 “분위기가 부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지만 변동성을 예상한다”며 “투자자들은 시장의 움직임에 과민반응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는데요.
마크 뉴턴 펀드스트랫의 기술전략 헤드는 “나는 앞으로 몇 주 동안 증시가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S&P는 이번 주가 단기 최고수준을 찍을 수 있는데 이는 CPI 때문일 것"이라며 “그럼에도 S&P가 4000을 넘지 않을 것이다. 금리가 여기서부터 더 오를 것”이라고 했지요.
판단이 쉽지 않은 날들, 변동성이 큰 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소한 연준이 근거가 부족한 금융시장 완화를 꺼리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12월 CPI를 기다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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