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뷰앤인사이트] 판례·선례도 없어…격론 벌어진 '손태승 중징계'

■금융위 징계 의사록 공개

안건 소위에서조차도 진통 겪어

조사 미진으로 증거능력 훼손

주의적 경고 감량 의견도 나와

부작위 부당권유 성립여부 의문





“사안의 성격과 사건의 특징상 은행장에 대해서는 문책경고 아니면 주의적경고로 가야 되는 것 아니냐 하는 판단입니다.”(A 금융위원)

“불필요한 논란 방지를 위해 부당 권유로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 일관되게 제재를 하면 좋겠습니다.” (B 금융위원)



9일 공개된 2022년 제20차 금융위원회 의사록에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놓고 벌어진 설전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외부에는 금융감독원이 건의한 ‘문책경고’ 원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내부 ‘이견’이 만만찮았다. 주요 쟁점은 부작위에 의한 부당 권유 요건 성립 여부와 형평성 논란이었다. 1시간 13분간 이어진 격론에는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가 지나치다는 ‘소수의견’도 나왔고 금감원이 자백을 한 우리은행 D부행장을 조사하지 않아 증거능력이 훼손된 사안도 들춰졌다. 제재의 정당성을 바탕으로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압박했던 금융 당국의 체면이 구겨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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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가 지난해 11월 의결한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는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뜨거운 감자’였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손 회장이 금융 당국과 벌이고 있는 행정소송의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에 서둘러 진행된 측면이 있는 데다 추가 징계로 손 회장을 압박하고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관료 출신을 앉히려는 게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가 따가웠다. 아니나 다를까. 라임펀드 불완전 판매(부당 권유 등)를 막지 못한 관리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게 중징계가 내려지자 금융 당국 양대 수장은 ‘정부의 뜻’ ‘현명한 판단’ 등과 같은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발언의 수위도 점차 강해져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일 ‘우리금융이 반성 없이 불복 소송에만 골몰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금융 당국의 예상보다 높은 압박에도 우리금융·우리은행 이사회는 물론 손 회장도 장고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사건에 적용되는 법리가 결코 간단하지 않아서다. 유사 사례를 다룬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위 역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흔적은 의사록 곳곳에서 확인된다.

다시 시간을 거슬러 지난해 11월 9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위로 가본다. 김주현·김소영·권대영·김용재·이복현·이승헌·김용진 9명의 금융위원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는 알려진 것과 달리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의사록에 따르면 한 참석자는 “솔직히 말하자면 안건소위원회에서 수차례 논의에도 합의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는 고백으로 말문을 열었다. 안건소위는 금융위 정례회의에 안건을 올리기 전 처리 방향을 사실상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그 안건소위에서조차 진통이 있었다는 거다. 그는 “이번 사안을 부작위에 의한 부당 권유로 규율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며 “이에 대한 판례나 행정 제재 선례, 학설 등이 없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C은행과 달리) 우리은행은 최소한 리스크를 파악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했고 그것이 문서로 남아 있다”며 조심스레 문책경고에서 주의적경고로 ‘작량감경’ 필요성을 제기했다. 주의적경고는 문책경고보다 한 단계 경감된 조치로 임원의 인사상 불이익이 없는 경징계다. 그러나 ‘수정 제안’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규모 투자자 피해 발생 이후 금융감독 당국에 의한 검사 제재 이전에 우리은행 차원의 자체 책임 규명이나 처벌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강경론에 파묻혔다.

유현욱 금융부 기자유현욱 금융부 기자


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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