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죽편·1 -여행


서정춘


여기서부터, -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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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이 걸린다

대체 여기가 어디인가? 누구든 이 푸른 기차를 타기만 하면 멀다. 갓 태어난 아기든, 스무 살 청년이든, 오십 줄 중년이든, 구순 노인이든, 무조건 멀다. 저마다 타고 있는 칸이 다르고, 출발한 시각이 다르지만, 이 기차를 타는 순간 모든 승객은 도착할 역이 아직 멀다. 칸칸마다 깊은 밤은 좀처럼 새지 않는다. 그러니 누구라도 꿈꾸는 데 조급할 이유가 없다. 대나무는 백년에 한 번 꽃을 피우고, 자기 삶의 정점에서 죽는다. 대나무에게 죽음은 추락이 아니라 상승이다.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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