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인공지능(AI)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확장에 앞서 동맹군 확보에 팔을 걷어 부쳤다. 지난해 양사는 서비스 개발을 위한 임상 데이터 확보, 공동 연구, 의학 자문, 상용화 테스트베드(시험대) 역할이 가능한 파트너이자 잠재적 고객이기도 한 대형 병원과의 협력을 크게 확대했다. 이제껏 양사가 협력체계를 구축한 병원만 모두 45곳에 달해 플랫폼업체와 병원의 짝짓기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1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헬스케어는 최근 한양대병원에 이어 이달 중 화순전남대병원과 ‘디지털 헬스케어 협력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 카카오의 기술과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 등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해 올해 상용화를 계획 중인데, 이에 필요한 파트너들을 모은 것이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지난해 초 법인 출범 후 고대안암병원을 시작으로 이번 2곳까지 합쳐 총 12곳의 대형병원과 MOU, 공동 연구, 시범 서비스 등의 협업을 진행한다. 소아희귀질환 진단·예방, 암 생존자 지지 프로그램, 만성질환 관리 등 서비스의 개발이나 상용화를 함께 추진 중이다.
카카오의 AI 전문 자회사 카카오브레인도 차세대 고성능 AI인 초거대 AI를 상용화할 주무대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점찍었다. 흉부 엑스레이 사진과 이에 대응하는 의사의 판독문 데이터를 대량으로 학습한 AI가 의료 현장에서 의사를 보조해 판독문 초안을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서비스 ‘비헬스케어(B^HEALTHCARE)’를 상반기 내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만 충남대병원, 이화의료원 등 대형병원 13곳과 손잡았다.
카카오의 두 계열사를 합친 대형병원 파트너는 총 25곳이다. 네이버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대형병원과 협력하기 시작해 지난해까지 누적 약 20곳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지난해 시작한 카카오가 파트너 수를 특히 빠르게 불린 것이다. 다만 네이버 역시 지난해에만 전체의 절반인 10곳과의 협력을 이끌어낼 정도로 병원 동맹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양사와 손잡은 병원만 총 45곳이 됐다.
네이버는 카카오처럼 헬스케어 전문 자회사를 따로 두고 있지 않지만 AI 기술 조직인 네이버클라우드와 클로바 사내독립기업(CIC)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상반기 신사옥 ‘1784’에 마련된 사내병원이 테스트베드 역할도 하고 있다. 사내병원은 네이버의 AI 클로바가 진료에 앞서 문진을 대신하고 의사와 환자의 의료 상담도 자동으로 기록해 진단을 보조한다.
네이버는 이런 스마트 진단은 물론 결제, 협업툴(네이버웍스) 등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접목한 스마트 병원 사업을 대형병원들과 함께 추진 중이다. 지난달에는 태국 라마9병원과 MOU를 맺어 해외 파트너도 확보했다.
양사 모두 올해 병원과의 협업에 더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대학병원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초거대 AI를 활용한 의료영상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서비스 혁신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도 “태국 라마9병원처럼 국내외 병원들과 지속적으로 협업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