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신용협동조합 채용 면접 과정에서 여성 응시자를 대상으로 외모 평가 발언을 하고, 춤과 노래를 지시했다는 진정 사건과 관련해 신협 측에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이같은 행위가 성차별적 문화 혹은 관행과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11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모 지역 신협 최종 면접에 참여한 여성 응시자 A씨는 면접위원들로부터 "키가 몇인지", "○○과라서 예쁘네" 등 직무와 관계없는 외모 평가 발언을 들었다며 같은 달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씨는 면접위원들이 자신의 동의 없이 면접 중인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고, “○○과면 끼 좀 있겠네”, “춤 좀 춰봐”라고 하면서 노래와 춤을 강요했다고도 진술했다.
당시 면접위원들은 인권위에 A씨의 긴장을 풀어주는 차원에서 "이쁘시구만"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력서에 키와 몸무게가 적혀있지 않아 물어봤다"며 "노래와 춤을 강요한 게 아니라 자신감을 엿보기 위해 노래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면서 율동도 곁들이면 좋겠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인권위는 채용 면접 과정에서 면접대상자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노래와 춤을 시연해보도록 하는 행위는 선뜻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고, 면접위원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불이익이 돌아올 가능성을 고려할 때 A씨가 당혹감과 모멸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았다. 또 A씨가 에둘러 거절의 뜻을 밝혔는데도 면접위원들이 거듭 이를 요구한 행위는 강요와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고, 성적 불쾌감과 모멸감을 느끼기에 충분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인권위는 "직무에 대한 질문보다 외모와 노래·춤 등과 관련한 질문에 상당 시간을 할애한 건 여성에게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기대하고 부여하는 성차별적 문화 혹은 관행과 인식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밝혔다.
남녀고용평등법 제7조는 여성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그 밖에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조건을 제시하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권위법 제2조에서도 성별을 이유로 고용과 관련해 특정인을 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본다.
인권위는 “채용 면접은 세부 내용 없이 결과만 통보되는 경우가 많고 판단 기준도 정성적 측면이 강해 면접위원의 성향·편견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면접자가 응시자에게 질문을 할 때 직무와 관계 없는 질문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면접 과정에서 직무와 관계 없는 질문으로 차별적 결과를 초래할 개연성이 있다면, 면접관의 의도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