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이 소모적인 사회적 논쟁을 야기해왔던 사찰 등의 문화재 관람료를 궁극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화재 구역 입장료 징수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며 “문화재 관리 비용을 사찰이 관람료 징수로 충당해온 잘못된 관행이 바로잡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문화재 민간 소유자 및 관리 단체가 문화재 관람료를 감면할 경우 그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기로 한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이 올해 5월부터 시행되는 데 따른 것이다. 문화재청은 관련 예산 421억 원을 편성해놓은 상태다. 이 중 2억 원은 연구 용역 비용으로 실질적 감면 지원금은 419억 원이다.
문화재청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 현황’에 따르면 관람료를 징수하는 사찰은 50여 곳이다. 조계종은 관람료 징수 사찰을 70여 곳으로 추산하고 있다. 진우 스님은 “예산이나 용역 비용 등이 부족하지만 국민 불편의 해소를 위해 정부와 종단이 노력해나갈 것”이라며 “궁극적인 목표는 관람료 폐지”라고 강조했다.
사찰 관람료 징수에 관한 사회적 갈등은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1967년 국립공원 제도가 도입되며 사찰이 국립공원에 포함되는 경우가 발생했고 문화재 관람료가 국립공원 입장료에 포함됐다.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자 문화재 관람료만 남게 됐고 무료로 국립공원을 관람하려던 등산객들과의 갈등은 심화됐다. 현재 국립공원 내부 23개 사찰 중 14개소가 탐방로 입구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흥행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관련 에피소드가 등장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에피소드의 모티브가 된 사건은 ‘천은사 통행료 사건’으로 지방도에 설치된 매표소에서 순수하게 도로를 지나는 관람객들에게도 관람료를 징수해 소송까지 이어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불교계에 대해 거친 표현을 사용하며 비판했다가 공개 사과한 적도 있다.
진우 스님은 지난해 기자 간담회에서 “문화재 관리에 국가 보조가 없는데 최소한의 비용을 보전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지정문화재 중 불교 문화재 비중이 60%에 이르는 만큼 관리 방법과 예산에 대한 재고는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진우 스님은 ‘사회적 소통 강화’ ‘승려 복지 강화와 공동체 안정화’ ‘한국 불교 문화적 자긍심 고취’를 3대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조계종 측은 이를 위해 명상·순례 프로그램 개발과 위원회 강화, 요양병원 인수, 열암곡 마애불 바로 모시기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진우 스님은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을 맞아 인도에서 걷기 순례 및 문화 교류 행사도 진행할 것”이라며 “변화된 시대정신에 맞게 종단 운영의 틀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으나 아직도 빈부 격차가 심하고 소외 계층이 많다”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살피는 자타불이(自他不二) 정신은 고난의 시대를 극복하는 고통 분담에 기꺼이 동참하는 바탕”이라고 전했다.